공유하기
입력 2002년 11월 28일 17시 4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조흥은행 인수를 놓고 신한금융지주 컨소시엄과 미국 서버러스 컨소시엄 사이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서버러스 컨소시엄은 단독으로 인수제안서를 냈던 일본 신세이은행과 제일은행을 끌어들여 세를 불렸다.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은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하자 제일은행을 직접 내세워 조흥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다음달 11일 매각심사 소위를 열어 두 컨소시엄이 제출한 최종 가격제안서를 보고받고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여부를 심의할 계획이다.
▽입찰자간 합종연횡〓정부가 1차 입찰제안서를 받았을 때만 해도 은행경영능력과 자금력 등 여러 면에서 신한지주 컨소시엄이 훨씬 우세했다. 이런 분위기를 알아차린 다른 입찰자들은 단독 인수가 어렵다고 보고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뉴브리지는 2차 심사에서 탈락했으나 조흥은행을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목표 아래 미국 서버러스와 손을 잡았고 손정의 일본 소프트방크 회장도 가세했다.
서버러스와 소프트방크는 뉴브리지와 간접적인 주주 관계에 있다. 제일은행 직원들은 이미 서버러스의 조흥은행 실사팀에 합류한 상태다.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은 “조흥은행을 인수할 때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며 “연말에 들어오는 예보채 상환자금 3조원은 조흥은행 인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누가 더 유리할까〓정부의 판단기준은 가격과 은행산업의 발전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조흥은행 주식 원가는 주당 5750원(투입된 공적자금의 이자 포함).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야 하기 때문에 주당 6000원이 훌쩍 넘어간다.
신한과 서버러스 컨소시엄은 조흥은행의 신용카드 및 일부 기업여신의 잠재부실 요인을 감안할 때 정부가 원하는 가격 이상을 써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계에서는 가격 못지않게 ‘장기적인 은행산업의 발전’ 항목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의견이 많다. A은행 임원은 “단기투자차익을 노리는 펀드는 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투자를 기피하므로 시간이 갈수록 은행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은행을 본업으로 하는 곳에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투자펀드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은행을 인수하면 국내 은행법상 대주주 관련 조항을 피해갈 수 있어 법 적용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도 이러한 분위기를 충분히 알고 있어 서울은행 매각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