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묻지마 지원' 취업경쟁률 허수많다

  • 입력 2002년 11월 27일 18시 03분


‘INI스틸 348 대 1, 한국산업은행 250 대 1, 팬택&큐리텔 152 대 1, SK텔레콤 100 대 1, 조흥은행 125 대 1….’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이다.

유례 없이 높아진 취업경쟁률은 물론 일자리보다 구직자수가 많기 때문이지만 이와 함께 온라인 지원서 접수가 보편화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터넷 채용전문업체인 잡링크의 김현희 홍보실장은 “클릭 한번으로 지원서를 낼 수 있게 되자 업종이나 직종에 상관없이 일단 원서를 접수하고 보는 ‘묻지마 지원자’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잡링크가 최근 대졸 이상 구직자 1854명을 대상으로 지원횟수를 조사한 결과 ‘6∼10회’가 30.6%로 가장 많았고, 30회 이상이라고 답한 구직자도 8.6%를 차지했다.

중복지원이 많아지면서 기업이 원하는 요건을 갖춘 지원자는 여러 곳에 중복합격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 계속 떨어지는 ‘부익부 빈익빈’현상도 생기고 있다. 현재 면접을 진행 중인 조흥은행은 서류전형 합격자의 결시율이 20%에 이른다.

지원자의 급증은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비용과 업무부담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예 대부분의 채용업무를 채용전문업체에 맡긴다. 이 때문에 채용전문업체들이 때아닌 ‘취업특수’를 누리고 있다.

채용전문업체인 인크루트는 채용대행을 의뢰한 기업이 지난해 200여 업체에서 올해는 300여 업체로 늘었다고 밝혔다. 채용업무 대행 비용은 업체당 300만∼1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회사들은 지원자 급증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아예 ‘전통적인’ 채용방식으로 복귀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온라인지원을 통해 신입사원들을 뽑았으나 올해 하반기에는 각 대학에서 추천을 받아 채용했다. 이 회사 인사팀 윤영수 부장은 “지원서를 모두 읽어보기도 힘들어 채용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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