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1월 24일 17시 5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지난주 주가는 펀더멘털(기본여건)이 크게 변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안정된 심리 덕분으로 69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이 11월 들어 1조원 넘게 주식을 사 매수 부족에 시달리던 증시에 자금을 공급했다. 세계 증시를 불확실성으로 묶어놓고 있는 미-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냉정하게 평가하는 분석가가 늘고 있다.
상황이 호전되자 4월 하순부터 6개월 동안 진행된 하락 추세가 멈추고 상승 추세로 바뀌려 하고 있다는 희망의 목소리가 늘어난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 때문에 하락했던 주가가 대선이 끝난 뒤에는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경험법칙’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기관투자가들도 연말 배당을 겨냥해 가치에 비해 주가가 많이 떨어진 저PER(주가수익비율)주를 사들이고 있다.
주가가 700선을 뚫고 상승할 힘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懷疑)’가 말끔히 가시지 않고 있지만, 주가는 회의를 먹고 자라는 경우가 많다. 200년 역사를 가진 베어링증권을 순식간에 파산하게 만든 닉 리슨은 “내가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주가를 예단하지 말고 증시 흐름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종합주가지수가 670선 위로 올라선 15일부터 21일까지 개인들은 9164억원어치나 주식을 팔았다. 650 아래서 산 사람은 5∼10%의 단기차익을 냈다는 만족감으로, 주가가 700선 아래로 떨어질 때 팔 기회를 놓친 개미들은 주식을 정리하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겠다는 생각이 앞선 탓이다.
개인들은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러 있을 때는 단기매매로 어느 정도 이익을 얻지만, 대세가 바뀔 때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때는 너무 일찍 판 주식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극심한 상실감을 느낀다. 본격 하락할 때는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물타기를 해서 익사(溺死)하고 만다.
외국인의 주식매매 상황을 살피면 대세가 바뀌는 것은 알 수 있다. 미국 증시가 상승하고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살 때 싸게 파는 것은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내던져 버리는 일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