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正委, 현대상선 조사 제외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14분


공정거래위원회는 4900억원의 부당 대출 및 대북(對北)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상선에 대해 계좌추적은 물론 부당내부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도 일절 벌이지 않기로 했다.

또 이번 파문과 관련해 현대상선이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현지법인에 실제 발생한 수수료보다 더 많은 돈을 보내고 이 돈을 세탁해 영업 외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는 등 파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올 7월부터 조사해온 ‘대기업집단 내부거래공시(公示) 이행점검’ 결과 200여건에 대한 위반혐의를 적발했으나 이 가운데 현대상선의 계열사 지원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8일 밝혀졌다. 공정위는 위반 공시에 대해서는 이달 말 위원회에 올려 징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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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학국(趙學國)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번 조사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내부거래를 하면서 공시한 내용을 제대로 이행했는지에 대한 점검일 뿐”이라며 “현대상선의 대출과 전반적인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는 아니고 위원회의 심사대상에 올릴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2000년 1월∼2002년 6월에 일어났던 계열사 내부 거래공시 6000여건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부당내부거래조사를 제대로 한다면 현대상선 대출금의 사용처에 대한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정부 및 산업은행이 그동안 이 대출금이 계열사 지원 등에 쓰였다고 주장해온 점을 감안할 때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을 안고 있으며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2000년 8월 현대상선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 당시 이 회사가 산은으로부터 4000억원을 당좌대월받은 사실을 조사기록표에 누락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조사나 징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현대상선의 200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 해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현지법인에 1218억원을 영업수수료 명목으로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01년에는 1157억원을 보낸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해운업계는 “현대상선의 매출액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수수료 지급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규모가 너무 많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99년 현대상선 감사보고서에는 현지법인과의 거래내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돼 있어 현대상선이 해외현지법인에 실제 발생한 수수료보다 많은 돈을 송금한 뒤 이를 세탁해 다른 곳에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현대상선의 감사보고서와 연결감사보고서, 현대아산의 감사보고서에 기록된 계열사간 거래규모가 서로 달라 분식회계에 대한 의혹도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해명을 거부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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