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백화점 추석광고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36분


‘빈틈은 죄악이다. 품목과 가격을 자세히 알려라!’

해마다 이맘때면 강박증처럼 백화점업계 광고 담당자들의 어깨를 짓눌렀던 이 명제가 올해는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추석 대목을 맞아 백화점들이 광고를 내보내면서 상품 정보를 자세히 전달하기보다는 단순하고 상징적인 이미지 광고로 ‘백화점 자체’를 파는 데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을 팔아라〓현대백화점은 이달 초부터 백화점 이미지 광고와 상품권 광고를 동시에 내보내고 있다. 백화점 이미지 광고에서는 여성 신인모델 송아영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에 ‘웃는 날…’이라는 카피를 내세웠다. 상품권 광고에서도 드레스를 입은 우아한 여성의 전신 사진을 내세운 블랙 톤의 광고로 백화점의 품격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축구선수 홍명보를 등장시킨 상품권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좀처럼 웃지 않는 홍명보의 웃는 얼굴을 크게 넣고 ‘홍명보가 웃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웃었습니다’라는 카피를 달았다. 홍명보조차 활짝 웃는 기분 좋은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고급화 이미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TV광고에서는 검정 투피스 차림의 귀부인이 샹송을 배경 음악으로 밝은 조명 아래서 고급스러운 창문 모양의 진열대를 하나씩 살펴보는 모습을 내보내고 있다. 유명 모델이 아닌 일반인(한미진씨·22·동덕여대 방송연예과 4학년)을 내세워 ‘롯데에서는 누구나 귀족’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귀족 매체, 신문〓백화점들이 이미지를 내세우는 데 주력하는 이유는 인터넷 전단 공짜신문 등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신문과 방송의 품격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제일기획 제작기획팀 정재명 수석은 “인터넷과 공짜신문을 비롯한 온갖 매체를 통해 상품정보가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조차 ‘전단지’ 수준의 정보를 보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진절머리를 낸다”고 분석했다.

또 대부분 백화점이 대형 할인마트나 홈쇼핑업체도 운영하기 때문에 평소 ‘가격〓할인마트’ ‘품격〓백화점’으로 이미지를 차별화하는 전략을 추석에도 어김없이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홈쇼핑도 귀족?〓한편 홈쇼핑업체들도 브랜드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다. CJ39쇼핑은 인터넷쇼핑몰 인쇄광고에서 하얀 바탕에 사진 한 장만을 넣고 ‘즐겨 찾기 www.cjmall.com’이란 카피만 쓰고 있다. 현대홈쇼핑 역시 올 초 개국 광고를 내보내면서 한 여성 모델을 내세우고 모델의 목걸이에 ‘On-Air’라는 카피만 겹쳐 놓아 호기심을 자극했다. 홈쇼핑의 경우 제품의 기능과 가격을 즉시 비교할 수 없어 특히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

금강기획 기획2팀 강신규 국장은 “요즘 소비자는 이미지를 사는 ‘귀족’과 가격을 사는 ‘헌터’로 구분된다”며 “앞으로 광고에서 백화점끼리는 브랜드로, 할인점은 가격으로, 아무리 싸도 믿을 수 없는 브랜드로는 주문전화가 오지 않는 홈쇼핑은 브랜드를 빙자한 가격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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