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특집]車광고 “기능보다 이미지를 판다”

  • 입력 2002년 9월 2일 19시 56분


대우 '레조'
대우 '레조'
‘자동차 광고에 웬 우주인?’

자동차는 이제 생활의 편리함을 더해주는 운송 수단이라는 도구적 의미를 넘어섰다. 어떤 차를 가지고 있는가는 사회적 지위나 재력은 물론 그 사람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잣대가 되고 있다.

최근 제작되고 있는 자동차 광고는 이처럼 개성 표현의 한 수단으로 변화하고 있는 자동차의 ‘사회학적’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자동차 광고가 차량의 주행 성능이나 디자인 인테리어 등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면 요즘 광고들은 오페라나 우주인 등 언뜻 보기에 자동차와 무관한 듯한 소도구와 인물을 등장시켜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기아' 옵티마 리갈'

기아자동차가 최근 선보인 ‘옵티마 리갈’ 광고는 그 대표적인 예. 광고 안의 주인공은 중후하고 세련미를 물씬 풍기는 한 남성. 이 사람의 옆자리에는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고급 양장본 책이 놓여져 있다. 오페라라는 고급 문화와 자동차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지성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차임을 강조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광고 역시 클래식한 분위기 속에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곡 아베마리아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고즈넉한 새벽 길을 한 대의 자동차가 달린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나레이션과 자막이 흐르면서 체어맨을 타는 사람들의 품격과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현대 '뉴EF쏘나타'

현대자동차의 뉴EF쏘나타는 전세계인이 함께 타는 세계인의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과 오버랩시켰다.

고급 중형차 광고가 ‘자동차〓타는 사람의 품격’이라는 등식을 성립시켰다면 개성을 강조하는 젊은층 대상의 소형차나 SUV 광고는 ‘스타일〓브랜드’를 강조한다.

대우자동차의 ‘2003년형 레조’는 아프간하운드와 도베르만이라는 비싼 견공을 등장시켜 젊은 취향과 도시풍 세련미를 한껏 자아냈다.

오렌지색 생머리를 휘날리는 레조걸의 아프간하운드가 건장한 남자와 함께 가는 도베르만의 당당한 자태에 반하고 만다는 내용. 사람과 견공의 역할이 뒤바뀐 상황 설정도 우습지만 은연 중에 스타일이 좋은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이 등장하는 대우자동차의 칼로스는 소형차이지만 여유있는 공간을 가졌다는 기능성을 강조하면서도 우주복을 입은 사람도 여유있게 탈 수 있는 차라는 코믹스러운 상황 설정으로 재치있게 풀어갔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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