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10년간 자금 걱정없다”…저금리 덕 유동성충분

  • 입력 2002년 5월 29일 17시 35분


한국 경제는 적어도 10년 동안은 ‘넉넉한 자금 상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의 ‘자금 잉여(저금리)’가 경기부양을 위한 일시적 정책변환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범중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29일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등 산업환경은 물론 금융환경, 인구구성이 바뀌고 있다”며 “저금리가 지속되면 개인들의 투자패턴도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다. 90년대 말 정보기술(IT) 붐과 세계적인 설비투자 확대로 아직도 과잉 설비투자와 과잉 공급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 수익 위주의 경영전략 역시 자금의 수요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를 늘려서 생산을 증가시키던 과거 구조와는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것.

정책적으로도 기업들의 과잉투자를 억누르고 있다. 기업에는 ‘부채비율 200%’를, 은행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강제해 마구잡이식 차입경영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여기에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통화정책 수단을 통화량에서 금리로 바꾼 것도 시중자금이 넉넉히 풀리게 한 요인으로 진단했다.

2023년이면 65세 인구가 2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고령화 역시 저금리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성장이 낮아지는 데다 연금이나 보험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장기채권의 값을 올린다는(금리는 하락) 것.

김 연구위원은 “한국도 저금리로 진행되면서 위험자산(주식) 투자가 크게 증가한 미국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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