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손보사 첫 대표해임 권고

  • 입력 2002년 5월 24일 18시 16분


손해보험업계의 뿌리깊은 뒷돈(리베이트)거래 관행에 ‘대표이사 퇴임권고’라는 이례적인 중징계가 내려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4일 “쌍용화재가 보험가입 대가로 고객에게 21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줬다”며 대표이사 해임권고, 기관문책 경고, 대리점 4곳 영업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 밖에 금감위는 리베이트 지급사실이 적발된 쌍용 삼성 제일 동부화재 등 8개 손보사의 임직원 39명에게 해임권고 면직 정직 문책 등 징계조치를 내리고 2개 대리점은 등록취소, 23개 대리점은 영업 정지시켰다.

금감위에 따르면 쌍용화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자동차보험 4510건을 따내면서 계약자에게 2억5500만원 규모의 주유권 및 현금을 건넸다. 쌍용화재는 또 서류를 조작해 78억원을 판매촉진자금으로 조성한 뒤 대리점에 66억원을 지급하고 리베이트용 주유권 8억원어치를 구입해 나눠줬다고 지적 받았다. 금융감독원 신달수(申達秀) 보험검사국장은 “조성된 비자금 가운데 2억여원은 임직원 3명이 횡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A대리점은 장기상해보험 2050건을 단체로 모집하면서 1억3000만원을 리베이트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동차보험 4570건을 특정 대리점이 계약하도록 해 대리점 수수료로 1억6000여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고 금감위는 밝혔다.

쌍용 제일 동부화재는 자동차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료를 자의적으로 계산해 18억원가량의 보험료를 부당하게 할인해줬으며 삼성화재 소속대리점인 P대리점 등 상당수의 대리점이 무자격자에게 보험모집을 맡겨 온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연구원 정재욱(鄭宰旭) 연구원은 “뒷돈주기 관행은 대표이사 징계 등 일벌백계로 대응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힘들다”며 “이번에 적발한 개인영업 부문에 이어 리베이트 규모가 더 큰 법인영업도 지속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올 초 보험업계 리베이트가 7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부패방지위원회에 낸 바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손해보험사 리베이트 적발 현황
2002년2001년2000년99년
적발건수-31건(14개사)12건(34개사)124건
적발금액21억7200만원4억9900만원12억5800만원6억5300만원
99년은 금감원내 보험모집질서 검사국이 별도 설치돼 있었음.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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