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리더들<24>]신세계, 독립 5년만에 거목으로

  • 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02분


1월 경기 용인연수원에서 신세계 임원 50여명이 윤리경영 선포식을 갖고 있다.
1월 경기 용인연수원에서 신세계 임원 50여명이 윤리경영 선포식을 갖고 있다.
‘전문경영인 책임 아래 최대한 투명하게.’

신세계그룹은 대주주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또 9개 계열사 가운데 5개가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 또는 등록됐고 나머지도 기업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97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되어 나온 이래 매년 전년 대비 40% 이상 급성장해온 배경에 대해 신세계그룹 안팎에서는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에 주목한다. 전문경영인의 지휘 아래 핵심 역량을 백화점과 할인점(이마트) 등 유통분야에 집중한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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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는 경영하지 않는다〓신세계그룹의 경영진에는 대주주가 없다. 대주주인 이명희(李明熙) 회장은 사무실조차 없다. 신세계 구학서(具學書·56) 사장으로부터 1년에 1, 2번 전반적인 설명을 듣는 것이 그룹 일에 관여하는 전부다.

구조조정본부나 계열사 사장단회의도 없다. 따라서 계열사의 최고경영진이 경영의 전권을 행사한다. 1년에 2번 지주회사격인 신세계가 계열사 사장들의 경영을 평가하고 계열사간에 조정할 일이 생기면 구 사장이 나서기는 하지만 그룹 분리 이후 경영권이 바뀐 적은 아직 없다.

이 같은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전문경영인들은 외환위기 때 프라이스클럽 매각과 비주력 부문인 금융 3개사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이 자금을 이마트에 집중 투자해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성장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계열분리 직전인 96년 연간 매출액 1조7453억원, 순이익 -14억원이던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6조1056억원, 순이익 2424억원의 알짜 그룹으로 성장했다. 재계 순위도 30위권 밖에서 22위(공기업 제외)로 뛰었다.

▽그룹의 핵심, 유통을 이끄는 경영인〓그룹 전체 매출액의 81.2%(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신세계는 구 사장이 전반적인 사업 조정을, 유통 현업에서 잔뼈가 굵은 김진현(金鎭賢·55), 황경규(黃慶圭·57) 두 대표가 각각 백화점과 이마트(할인점) 부문을 담당한다. 이들은 그룹 분리 당시 11개였던 점포를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52개로 확장시킨 주인공들이다.

72년 삼성 공채로 입사해 그룹 비서실 등을 거치며 관리통으로 성장한 구 사장은 99년 신세계 대표이사를 맡았다. 1년 안에 수익을 낼 수 없으면 점포를 내지 않는 등 ‘수익 경영’ 원칙에 철저하다. 사장 직속으로 ‘기업윤리 실천사무국’을 신설해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약 30년간 백화점에서 일해온 ‘백화점의 산 증인’. 의류매입부, 상품본부 등에서 일했고 영등포점을 제외한 모든 점포의 점장을 거친 뒤 99년 백화점 부문 대표가 됐다. 지난해 사내 금연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30여년간 피워온 담배를 한번에 끊었다.

황 대표는 73년 제일모직 근무를 시작으로 신세계 패션사업부 등을 거쳐 96년 이마트 본부장이 됐다. 당시 6개이던 이마트의 점포 수는 현재 45개. ‘창고형’이던 할인점을 고급화해 ‘한국형 할인점’ 모델을 창조했다.

이 밖에 현재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이경상(李敬相·52) 부사장을 비롯해 석강(石康·53) 부사장, 유원형(柳遠亨·52) 부사장, 홍충섭(洪忠燮·54) 부사장, 이석구(李錫九·54) 부사장 등이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서비스와 지원 관련 계열사의 경영인〓서비스 관련 계열사는 조선호텔, 신세계푸드시스템,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있다. 유통업무를 지원하는 계열사는 신세계건설, 신세계I&C, 신세계인터내셔널. 이들 계열사는 본래 인테리어, 전산,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의 사업부였다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장경작(張慶作·59) 웨스틴조선호텔 사장은 68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신세계를 거쳐 94년부터 조선호텔에서 일하고 있다. 조선호텔을 세계 100대 호텔, 아시아 5대 호텔에 오르게 한 주역. 격주 월요일마다 직원들과 도시락 미팅을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장근(河樟根·59) 신세계푸드시스템 대표는 250여개 학교와 기업체에 단체급식을 공급하는 업체 대표답게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닐 정도로 식품 안전을 강조한다.

정진구(鄭鎭九·57)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는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대표와 패스트푸드점 파파이스 아시아지사장 등을 거쳐 99년 영입됐다. 그 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스타벅스는 지난달 41호점을 낼 정도로 급성장했다. 영업 첫해부터 흑자를 내 미국 본사에서 표창을 받았다.

박창선(朴昌善·60) 신세계건설 사장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에서 건설업무를 맡아온 건설전문가. 백화점 인테리어를 담당하던 ‘디자인 신세계’가 97년 건설업체로 변신하면서 영입됐다.

신세계I&C는 신세계 전산실에서 97년 별도법인으로 독립해 그룹의 ‘신경망’을 관리하고 있다. 권재석(權在錫·54) 대표는 전산 전문가로 83년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그룹 내 유일한 40대 최고경영자(CEO)인 김용주(金容周·49) 신세계인터내셔널 대표는 20년 동안 패션업에 종사해왔다. 신입사원과 어떤 주제로도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젊은’ CEO로 통한다. 조르조 아르마니 등 해외 명품을 수입해 국내 유통업체에 공급한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영인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신세계사장구학서56경기상고, 연세대 경제학경북 상주
신세계 백화점부문부사장김진현55용산고, 한양대 요업공학서울
신세계 이마트부문부사장황경규57경북대사대부고, 영남대 섬유공학대구
조선호텔사장장경작59덕수정보고, 고려대 경영학경기 개성
신세계건설사장박창선60경기공고, 서울대 건축서울
신세계 푸드시스템부사장하장근59대구상고, 영남대 경제학대구
신세계I&C부사장권재석54대전고, 연세대 경영학충북 충주
스타벅스커피코리아부사장정진구57서울대사대부고, 서울대 농공학서울
신세계 인터내셔날부사장김용주49대구고, 고려대 경영학경북 상주
신세계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이경상52경남고, 연세대 경영학부산
이명희 회장 등 대주주 일가 경영진은 제외.
자료:신세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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