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9000명 이미 정기예금 전환했는데…”

  • 입력 2002년 5월 10일 18시 25분


실적배당 원칙의 신탁상품에서 손실을 본 고객에게 ‘정기예금+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줘 손실을 메워주려던 외환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0일 정례회의를 갖고 “외환은행의 이 결정은 신탁업 감독규정에 저촉된다”고 해석하고 손실보전을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말 하이닉스 회사채에 투자한 612억원 가운데 50%인 306억원을 손실로 처리하면서 신탁상품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외환은행은 손실을 본 고객 8만5000명(신탁액 8000억원)에게 “대신 연리 9%인 특별 정기예금에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그 후 일주일만에 신탁을 해지하고 정기예금에 가입한 고객은 8981명. 8000억원 가운데 2767억원이 정기예금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금감위의 유권해석으로 외환은행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만약 고객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깰 경우 은행의 공신력에 먹칠을 하는 것은 물론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금감위의 해석과 관계없이 ‘은행과 고객과의 사적(私的)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

그렇다고 정기예금에 가입한 고객에게 약속한 금리를 줄 경우 신탁업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게 된다. 또 나머지 7만6000명의 고객도 ‘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은 금감위 결정 이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원칙을 지키자니 고객에게 등을 돌리게 되고, 고객을 보호하자니 규정을 어기게 된다”며 난감해 했다.

한편 금감위는 신탁회사가 투자 실패로 인한 고객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신탁보수(운용수수료)를 변경하려 할 경우 이것이 가능하도록 이날 신탁업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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