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악재 ‘줄줄이’ 증시 힘빠지네…올 외국인 매도3조

  • 입력 2002년 5월 6일 17시 24분


증시가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반도체값 하락, 미국 경제 및 증시 불투명, 외국인 매도, 고객예탁금 감소…. 꼬리를 물고 악재가 이어지는 반면 주가 상승을 이끌 만한 호재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800선에서 강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으나 일부에서는 800선이 무너지는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승할 계기는 없나?〓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 발표(4월19일)를 전후로 반짝 실적장세가 펼쳐진 이후 주가상승을 이끌어갈 호재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4월중 수출이 9% 늘어났지만 두자릿수 증가율이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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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재는 잇따르고 있다. 3일 나스닥지수가 1,600선마저 위협 당한 영향으로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128메가D램 현물가격은 2.71달러선으로 떨어졌고 장기계약 가격도 4달러선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국민은행 등 핵심 블루칩을 팔고 있다. 외국인들이 9일 연속 내다 팔아 올해중 순매도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섰다. 주가지수옵션 5월물의 만기일인 9일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이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하락 요인. 종합주가지수가 4월18일부터 거래일 기준으로 11일 동안 110.74포인트(11.8%)나 폭락함에 따라 개인들이 저가매수에 나섬으로써 고객예탁금도 5일 동안 6576억원이나 줄어 11조3782억원(4일기준)으로 감소했다.

▽5월은 760∼880의 박스권 장세〓증시 주변 여건이 나빠지면서 증시 전망을 어둡게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9·11테러 이후 시작된 대세상승세가 아직 살아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고 있지만 5월엔 상승세로 돌아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은투신운용 김영일 주식운용팀장도 “종합주가지수가 83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심리적 불안 요인 때문”이라며 “주가 수준이 실적에 비해 충분히 떨어진 만큼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도 “엔-달러환율이 급격하게 달러당 125엔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종합주가지수는 800선을 지지선으로 삼아 반등을 시작해 5월말에는 900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을 대량으로 팔려는 빅 세일이 없는데도 사자는 사람이 적어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며 “종합주가지수는 800 안팎에서 지지를 받겠지만 게걸음장세는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미국이 일본처럼 금리를 대폭 내렸는데도 주가가 오르지 않고 경기도 회복되지 않는 유동성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는 800선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르겠으면 손빼라〓동양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삼성전자가 잇단 악재로 하락하고 있다”며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모르겠으면 일단 팔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4월 18일∼5월 3일 중 주가 등락
주가지수등락(%)
한국 종합주가지수-8.63
미국 나스닥지수-10.51
미국 다우지수-1.95
대만 자취안지수-7.47
싱가포르-0.37
일본 닛케이주가평균-0.21
종합주가지수가 4월 18일 937.61을 기록한 뒤 하락한 이후의 등락임.
자료:증권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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