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외국계기업 ‘여성천하’… 영어실력이 채용 우선조건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42분


외국계 기업에서는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외국기업에 여자들이 많은 진짜 이유는? 바로 영어실력 때문이다.

단기간에 세계적인 통신사로 우뚝 선 블룸버그뉴스. 서울지사에서 채용한 한국인기자 9명중 남자는 단 2명이다. 매년 상당한 영어실력을 갖춘 남자지원자들이 블룸버그의 문을 두드리지만 여자들의 영어실력이 한 수 위다. 로이터나 다우존스 등 다른 통신사 한국지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씨티은행과 함께 국내 소매금융에서 입지를 굳힌 영국계 은행 HSBC는 직원 432명중 61%인 262명이 여자. 1년에 30일씩 휴가를 쓸 수 있고 인사 진급상 남녀차별이 없어 여성들에겐 ‘꿈같은’ 일터. 채용시 영어실력을 우선적으로 따지다보니 여성 비중이 늘었다. 한 여직원은 “남자들이 군복무를 할 때 우리는 해외에서 영어실력을 쌓았다”고 말했다.

필라코리아 직원 294명중 여자는 90명. 최근 남자직원을 크게 늘렸지만 여전히 여자비중이 한국기업에 비해 높다.윤윤수 사장이 공개적으로 “웬만한 남자보다 여자들이 똑똑하다”고 강조해 여직원들의 사기가 매우 높다.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남자지원자 10명중 1,2명이 토익 900점 이상이지만 여자는 대부분 900점을 넘는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의 홍보대행사인 인컴브로더는 고객사의 3분의 2가 외국업체. 영어실력이 생존의 기본조건이다. 총원 66명중 70%인 47명이 여자. 작년 수시채용한 6명중 4명이, 지난해 5월 신입공채에서는 3명 전원이 여자로 채워져 갈수록 ‘여초(女超)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인사 담당 박기택과장은 “업무성격이 여성에게 적합한 데다 이력서를 보면 어학실력에서 여성들이 월등히 낫다”고 말했다. 어학실력 향상 정도에 따라 받는 어학수당은 대개 여직원들 차지.

650명중 150명이 여직원인 컴팩코리아는 2000년 외국계 IT업체로는 처음으로 여성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협력업체와의 업무협조나 마케팅부서는 대부분 여직원들 차지다.

BMW코리아 직원 71명중 20명이 여직원이다. 영업과 서비스 업무는 남자직원들이, 나머지 업무는 여성들이 맡는다. 김영은부장은 “남녀 가리지 않고 신입 직원을 선발한다”면서도 “영어실력만 따지고 보면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우수하다”고 밝혔다.

일본계인 한국토요타자동차는 회의는 영어로 한다. 영어실력이 중요한 채용조건. 직원 30명중 여자가 10명이나 된다.

모발관리업체인 스벤슨코리아는 전체 118명의 직원 중 청일점인 김수상 차장을 빼면 전원 여자다. 김숙자사장은 “지점을 낼 때마다 남자지원자들이 찾아오지만 일에 강한 열정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세계적인 우량기업들이 대부분. 남녀차별이 없고 실력지상주의가 자리잡은 곳들이다. 당연히 최고수준의 영어실력을 갖춘 여성인력이 몰려든다.헤드헌터업체인 HR파트너즈의 윤정화 부사장은 “외국회사는 사내외 의사소통을 가장 중시하며 그 기본은 영어”라며 외국기업 채용시장에서 여초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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