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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7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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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택(梁承澤) 정보통신부 장관은 27일 “두 회사의 통합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KT(옛 한국통신)에 맞설 제2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의 등장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미 통합 원칙에 합의한 두 회사의 협상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2,3위 업체인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이 통합되고 외자유치에 성공할 경우 한국 통신 산업의 ‘뜨거운 감자’로 지목돼온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어떻게 통합하나〓정통부는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이 통합과 외자유치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 장관은 이와 관련해 “두루넷과 하나로통신의 통합에 아시아계 투자회사 한 곳과 미국계 투자회사 2곳이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두루넷 최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동의했다”고 말해 이같은 합병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두루넷이 최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합병 추진에 대한 동의를 얻는 문제는 그동안 합병추진의 최대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은 두 회사가 각각 재무구조를 개선한뒤 통합하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다.
▽왜 통합인가〓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2,3위 업체. 선두주자인 KT와 함께 초고속인터넷 대중화 신화를 만들었지만 과당 경쟁으로 적자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하나로통신이 126%, 두루넷이 400%로 투자여력도 바닥나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두 회사를 통합해 KT에 맞서는 강력한 제2의 업체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 장관은 “유동성 문제만 해결되면 곧바로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100만원대에 이르던 가입자 유치비용이 20만∼30만원대로 낮아지는 등 시장 상황이 좋아지는 것도 청신호. 신윤식(申允植) 하나로통신 사장도 “두루넷과 하나로통신에 이어 파워콤까지 합치면 유선사업자로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통합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점은 없나〓두 회사의 통합에 대해 ‘부실의 규모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두 회사가 합병이 이뤄지면 부채규모는 3조원 안팎에 이른다.
두 회사와 정부는 외자유치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입장. 그러나 KT와의 경쟁에서 계속 밀릴 경우 통합기업의 흑자 전환은 상당기간 미뤄질 수 있다.
하나로통신도 단순한 통합은 오히려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나스닥 등록업체인 두루넷의 경우 해외 주주들을 설득해야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동의를 얻었다 해도 합병협상을 마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