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소득 제자리 씀씀이는 '펑펑'…'소비거품' 심상찮다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8시 12분



최근 ‘예상 밖으로 활발한 소비가 경기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러나 소득은 늘지 않는데 소비만 늘어나는 모습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즉 ‘소비의 질(質)’이 나빠졌다는 것.

이처럼 비정상적인 소비는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커 경기급변동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의 소비 증가세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 백화점의 11월 매출은 전월 대비 14.3% 늘어나 올해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매출 증가율은 5개월 연속 상승세. 올들어 11월까지의 자동차 판매대수도 지난해 동기 대비 0.6% 늘었다. 특히 경차, 소형차의 수요는 줄어든 반면 중형과 대형 차량 판매가 20% 안팎으로 증가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박재훈 차장은 “과거 경기 침체기엔 가계의 부(富)인 자산이 줄어들면 소비도 줄어들었다”면서 “최근의 소비 증가세는 왜곡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8%인 반면 민간 소비증가율은 3%대를 나타낸 것. 박 차장은 “특히 실질 국민총소득(GNI)의 증가율이 0.2%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소비증가율은 더욱 이해하기 힘든 수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로 인해 가계 대출이 늘었다는 점을 소비 증가의 원인으로 꼽는다. 한 마디로 ‘돈을 빌려서 펑펑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거품 소비’의 신호로 꼽히는 대형냉장고 자동차 등 내구재 수요가 늘었다.

개인금융자산은 금융위기를 벗어난 98년 2·4분기부터 매분기 평균 0.09%의 증가율에 그치고 있다. 반면 부채는 9월말 현재 가계 대출 잔액이 13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1% 증가했다. 9개 주요 시중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가계대출이 올해 월 평균 가계대출액의 갑절가량인 5조1500억원이 늘어났다.

금융연구원 정한영 경제동향팀장은 “가계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자칫하다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말 2.1%였던 신용카드 3개월 이상 연체율이 9월 말에는 3.25%로 증가했다는 것.

더 나아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소비가 늘어났다면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할 경우 소비가 급락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로 지적된다.

<금동근·김두영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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