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칼라일 아시아회장 "CEO보고 인수합병 결정"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7시 26분


‘시장이 왕이다(Market is a King)’

김병주(金秉奏·38·사진) 칼라일 아시아 회장의 경제관이다. 정부가 경제를 통제하며 움직이는 것보다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

칼라일그룹은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투자그룹. 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친인 부시 전 대통령이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김 회장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처음에는 투자가보다는 박태준(朴泰俊) 전 국무총리의 사위로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칼라일은 작년 10월 CVC아시아 퍼시픽, PPM벤처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통신의 네트워크장비 스위처(전화교환기) 광케이블 등 3개 사업부문을 분리, ‘머큐리’를 설립하고 3400억원에 사들였다. 같은해 11월에는 해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통해 한미은행 지분 40%를 4447억원에 인수했다.

쌍용정보통신 인수는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본계약 과정에서 협상이 깨졌다. 지금은 금호산업의 타이어사업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정밀실사작업이 진행중이며 인수금액은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초우량기업이 많고 △경제회복 낙관 △경제의 투명성이 높아져 투자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초대형 인수합병(M&A)을 주도하는 김 회장의 투자기준은 무엇일까.

그는 주로 전통적인 ‘굴뚝산업’에 치중한다. 한번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다보니 기업의 과거 경험을 통해 안정적인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원칙. 미래의 불확실성이 큰 IT(정보통신) 인터넷산업은 일단 제외한다.

두 번째는 업종내 경쟁력이 높아 시장선도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세 번째는 경영진의 자질. 그는 “칼라일그룹은 전세계에서 200여개 기업을 인수했는데 최고경영자(CEO)의 능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CEO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좋은 기업이 망할수도 있고 반대로 부실기업이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펀드인 칼라일은 장기간 지분을 보유하지는 않는다. 투자기간은 대략 5∼7년으로 잡고 회수는 전략적 제휴자에게 팔거나 주식시장에서 나눠 판다.

그는 지금의 엔화가치 약세를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 그는 “1달러당 150엔까지 엔화가치가 하락(엔화환율은 상승)하면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우리 수출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방식이지 지식이 아니다”고 말한다. 칼라일이 신입사원을 뽑을때 전공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대학졸업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7년)와 살로먼스미스바니(4년)에서 주로 M&A(인수 및 합병) 업무를 맡았고 그동안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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