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비즈니스]세계최대 시멘트그룹 라파즈의 공격경영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19분


세계 최대 시멘트 제조업체인 라파즈 그룹의 사옥은 프랑스 수도 파리의 고급 주택가 벨르 페이유에 있다. 지하 2층, 지상 7층 높이의 건물 전면부가 모두 통유리로 설계돼 아담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전세계 75개국에 8만5000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글로벌기업이자 시멘트 제조 주력 기업의 사옥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최근 이 그룹의 과감한 공격 경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활발한 기업 인수 합병작업을 통해 4년만에 기업 규모를 배 이상 늘렸기 때문. 또 시멘트와 지붕재에서 세계 1위 자리를 굳혔다. 특히 시멘트의 경우 전세계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49%를 점유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를 기반으로 라파즈는 현재 연간 매출액 170억달러(약 22조1000억원)의 거대 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에서 보여주는 라파즈의 공격 경영도 눈부시다. 98년 벽산석고 동부석고 등을 인수해 ‘라파즈 집섬 코리아’를 출범시켰다. 2000년에는 국내 4위 시멘트제조업체인 한라시멘트의 지분 37%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가 됐다. 또 최근 국내 2위 시멘트생산업체인 동양메이저그룹이 분사시킬 예정인 시멘트부분에 미화 1억 달러를 투자키로 결정했다.

한라와 동양시멘트 부문을 합칠 경우 라파즈는 국내 시멘트 시장을 40% 가량 차지하면서 최대 공급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라파즈그룹의 시멘트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미셀로즈 부회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시멘트 공장을 네트워크화해 아시아 건자재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파즈의 이같은 성공은 발빠르게 시대 상황에 맞추는 기업 마케팅 능력과 기술 개발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거세지고 있는 환경 보전 추세와 관련, 환경 파괴가 불가피한 업종 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파즈는 지난 해 3월 세계야생동물보호단체인 WWF(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와 파트너십 계약을 하고 공식 후원자로 나섰다. 또 이달 초에는 ‘숲 가꾸기 운동(포리스트 리본)’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 사업은 전세계적으로 벌목 등으로 황폐해진 삼림을 복구하기 위한 대대적인 식목 사업이다. 라파즈는 이 사업에 5년 동안 연간 120만달러(15억6000만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라파즈는 2010년까지 시멘트 t당 이산화탄소(CO2) 발생량을 현재보다 20%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시멘트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연료 사용을 대폭 줄이고 석유 등과 같은 화석연료 대신 천연가스나 대체 에너지의 사용을 늘려가고 있다. 또 폐자재를 적극 재활용해 시멘트 원료 채굴 등으로 인한 환경 훼손 요인을 대폭 줄일 계획.

이같은 노력을 적극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지속 가능한 세상’이라는 환경 관련 보고서와 전세계 라파즈 그룹 소속 기업이 추진 중인 환경 관련 사업을 모아 놓은 책자를 발행하면서 활발한 홍보작업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수요자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인터넷망을 구축하면서 e-비즈니스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라파즈가 ‘예술의 나라’ 프랑스가 자랑할 또 다른 ‘국가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파리〓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