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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8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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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등에서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부의 쌀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난색을 표하고 나섰기 때문.
김 장관은 28일 KBS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의 농산물 가격지지를 규제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서 정부가 농민의 요구대로 쌀가격을 결정할 수는 없다”면서 “쌀값은 품질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수매하는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1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농협과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사들이고 있다”면서 “농협과 RPC가 매입하는 쌀값까지 정부가 정할 수 없는 만큼 지역단위에서 농민과 농협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쌀값에 대한 정부의 원칙론을 밝힌 대목.
문제는 김 장관이 쌀농사를 짓는 농지에 보조금을 주는 논농업직불제의 지급단가를 내년 예산안보다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이다. 예산처 등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기 때문.
김 장관은 또 “내년 예산안에서 논농업직불제 지급단가를 올렸지만 수확량이 예상보다 늘고 가격도 많이 떨어져 국회 심의과정에서 단가를 더 올리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은 논농업직불제 지급단가를 비진흥지역은 ㏊당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진흥지역은 25만원에서 35만원으로 올리게 돼 있다.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예산처와 재경부는 2004년 WTO의 쌀 재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쌀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쌀농사에 대한 지원과 쌀농사 면적을 줄여가야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농림부와 정치권이 직불제 단가를 더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농민들에게 ‘농사를 더 지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 “최근 ‘품질위주의 쌀정책’을 내세우며 사실상 증산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정책방향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4년 쌀협상에서는 쌀의 관세화를 피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유력하다”면서 “협상을 준비할 시간이 2003년 한 해밖에 남지 않은 지금은 오히려 논농사를 짓지 않을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휴경직불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