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출범 1년 맞는 진념 경제팀 '사면초가'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12분


7일로 출범 1년을 맞는 ‘진념(陳稔) 경제팀’이 코너에 몰려 있다. 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도 “한 문제를 막으면 다른 쪽에서 ‘악재’가 터져 나오고…”라며 어두운 표정을 짓는 일이 잦아졌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당초 정부가 기대한 하반기 경기회복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었던 수출은 3월 이후 5개월간 잇달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으며 특히 7월 수출은 월간 통계가 남아있는 67년 이후 최악(-20%)으로 추락했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갈수록 얼어붙는 분위기다. 2차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언제쯤 깔끔하게 마무리될지도 불투명하다.

진념 경제팀 주요 멤버
직책성명현직 취임시기비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진념2000년 8월(2001년1월부총리로승격)관료(경제기획원) 출신
기획예산처장관전윤철2000년 8월관료(경제기획원) 출신
산업자원부장관장재식2001년 3월관료(국세청) 및 정치인 출신
건설교통부장관오장섭2001년 3월기업인 및 정치인 출신
농림부장관한갑수2000년 8월관료(농림부) 및 정치인 출신
해양수산부장관정우택2001년 3월관료(경제기획원) 및 정치인 출신
정보통신부장관양승택2001년 3월정보통신 전문가 출신
금융감독위원장이근영2000년 8월관료(재무부) 출신
공정거래위원장이남기2000년 8월관료(경제기획원) 출신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기호1999년 5월관료(경제기획원) 출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8, 9월 중 개각이 있으면 현 경제팀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최근 “현정권의 근시안적 경제정책으로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다”며 진 부총리와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경제팀 핵심인사의 경질을 요구했다. 여당인 민주당과 청와대 일각에서도 재정적자 등을 감수하면서라도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진 부총리 등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한국경제를 둘러싼 불투명성이 쉽게 걷히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경제팀은 나름대로 고생은 많이 했으나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한다.

진 부총리 본인도 크게 ‘자리’에 연연해하지는 않는 편. 그는 3일 신문방송편집인 주최 금요 조찬모임에서 “경제상황이 나빠진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할 생각은 없으며 경제부처 수장인 내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장관직을 몇 달 더 하려고 집착하기보다는 물러날 때 깨끗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고려대 경제학과 이만우(李萬雨) 교수는 “진념 경제팀은 때로 원칙이 흔들리면서 구조조정을 정착시키지 못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중장기적 비전보다 위기관리를 위한 단기정책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고 시장원리를 지키려고 애쓴 부분은 어느 정도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경제연구센터장은 “현 경제팀이 출범한 작년 8월은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1차 구조조정과 시장안정대책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점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며 “그러나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것은 큰 부담이며 대우자동차 등 부실기업에 대한 처리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선심성 정책부분이 엿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는 만큼 경제팀은 여권(與圈)과 청와대로부터 올 수 있는 정치논리에 입각한 요구에 버틸 수 있어야 하며 구조조정과 경기안정을 잘 조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권순활·박중현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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