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대우전자 장기형 사장 "우린 반드시 살아난다"

  • 입력 2001년 4월 5일 18시 41분


‘매출 3조2000억원, 영업이익 166억원’.

대우전자의 지난해 경영실적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업체치고는 매우 양호하다. 물론 채권단과 약속한 경영개선 목표도 초과 달성했다.

‘옛 식구’인 대우자동차에 납품한 카오디오 등의 대금 300여억원을 약속대로 지급받았다면 영업이익은 500억원대로 불어났을 것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

대우전자의 재건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장기형(張基亨·57) 사장은 “1만명이 넘는 직원을 5800명으로 줄이고 90여개의 해외 법인과 지사를 62개로 줄인 구조조정 덕택”이라면서도 “성과가 좋아 다행이지만 ‘죄인’이라는 심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장사장은 올해로 워크아웃 2년차에 접어든 대우전자의 활로를 ‘해외매각을 통한 워크아웃 조기졸업’에서 찾고 있다. 방산 반도체 무선중계기 가스보일러 등 10여개의 비주력 사업을 떼어내 판 뒤 내년중 해외매각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계획.

“워크아웃의 우산속에 있으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회사 내부의 병이 깊어져 결국 국민경제와 채권단에 부담만 안기게 됩니다. 누가 인수하든, 명칭이 어떻게 바뀌든 대우전자가 실체를 유지하고 새로운 투자여력을 갖추는 것만이 직원 바이어 협력업체가 다 함께 사는 길입니다”

장사장은 “제값을 받고 팔려면 회사가치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협력업체와의 거래관계도 유지해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반드시 살아난다’는 확신을 주는 것도 사장의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1000억원대로 늘려잡고 어려운 연구개발(R&D) 여건에서도 세계 최초의 ‘산소가 나오는 에어컨’을 개발한 것은 매각에 앞서 회사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

대우전자의 생산성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오히려 높아졌다. 구미 TV 공장은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8개 생산라인에 1200여명을 투입해 월평균 15만대의 컬러TV를 생산했지만 작년 11월에는 4개 생산라인에서 500여명의 직원으로 16만대를 만들었다.

해외 영업통인 장사장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채권단의 지명으로 대우전자 사장이 됐을 때 최고경영자가 됐다는 뿌듯함보다는 마지막 자리라는 비장한 심정에 젖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워크아웃 업체의 사장을 맡아야 할지 솔직히 망설이기도 했지만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 회사가치를 높일 수만 있다면 이보다 보람있는 작업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대우에서 청춘을 바친 사람으로서 대우전자를 워크아웃의 성공 모델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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