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본 A&D]"폭등세 주식 헐값에 몰래 사라"제의받아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37분


은행원 A씨는 지난해 8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았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B사의 주식을 당시 시가인 3만원(액면가 500원 기준)의 절반수준인 1만5000원 정도에 사 달라는 것이었다. 조건은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야 하며 몇 개월만 팔지 말아달라”는 것뿐이었다.

B사는 원래 기계제품을 수입해 파는 ‘무역업체’. 주가는 3년간 100∼400원대를 맴돌고 주식거래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이후 한 홍콩 기업으로부터 신용카드 무선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인수개발(A&D)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었다. 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3만7000원대까지 20배 이상 폭등한 상태.

A씨에 따르면 제안자들은 주식을 손에 쥔 경위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주당 5000원선에 손에 넣었다고 말했다. 제안자들은 “물량을 너무 많이 확보했는데 시장에서 처분하다가는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조용한 구입’을 권했다. A씨는 이 주식이 제안자들이 공시한 채 보유한 것인지, 차명계좌를 이용해 은밀히 가지고 있는 물건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A씨는 거래내용이 영 석연찮은 데다 주가하락 등 여러 가지 위험이 있어 제안을 거절했다.

A씨는 “그렇지만 거래를 제안한 사람들이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직 종사자여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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