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만에 '나산'부활시킨 백영배 사장 인터뷰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38분


“옷장사는 현금장사이기 때문에 다른데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이익이 나게 돼있어요.” 의류 전문가다운 말이다. 그는 연대 경영학과를 67년 졸업한 뒤 효성그룹 동양나이론에 입사해 효성그룹 종합조정실장, 동양나이론 부사장·사장, 효성물산 사장·부회장을 거쳤으며 99년 나산의 대표이사 법정관리인이 됐다.

사실 나산 신원 효성 등 의류 전문회사들이 98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현금장사로 벌어들인 돈을 땅개발에, 골프장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했던 탓이 크다.

“나산에 들어와 보니까 고칠 구석이 많더라구요. 일단 원단 납품과정에서 거품이 많았어요. 중간 협력업체를 배제하고 바로 일본의 원단공급업체와 연결해서 비용을 낮췄죠. 그랬더니 같은 값에 옷의 품질이 훨씬 올라갔습니다.” 협력업체의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그래도 밀어부쳤다.

“직원들의 사기도 말이 아니게 떨어져있더군요. 디자이너들에게 일할 분위기를 마련해줘야 창의적인 제품이 나오는 거 아닙니까.” 잘 팔리는 작품을 내놓은 디자이너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성과급이 전달됐다. 또 회사특성상 여성들이 많은 점을 고려해 직장내 탁아소를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처럼 직원만족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직원들이 서서히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기 시작했고 이는 바로 성과로 연결됐다고 한다.

최근 나산에는 작은 경사가 하나 생겼다. 자사의 3대 브랜드인 조이너스 트루젠 메이폴의 모델인 최지우 이병헌 류시원이 모두 SBS에서 14일부터 방영할 수목드라마에 캐스팅된 것이다. 이병헌의 경우 사실 백사장과 남다른 관계가 있다. 96년부터 트루젠의 모델이었던 이병헌은 98년 나산이 어려움에 처하자 무료모델을 자청했다. 지난해 회사가 살아나자 백사장은 이병헌에게 감사의 표시로 백지수표를 제시했다. 물론 이병헌은 ‘합리적인’ 선에서 모델료를 청구했다.

이처럼 ‘다정한 황소고집’ 백사장은 앞으로 3∼4년안에 채무 1700억원을 상환한 뒤 법정관리를 졸업하기위해 표어처럼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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