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경제계]재벌 시련속 '대어' 낚고 잘나가던 벤처는 범죄자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17분


올해는 경제관료들의 말 한마디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더욱 주름지게 만든 해였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금고사건과 은행감자 문제로 두 번이나 국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하는 바람에 사과장관 으로 불렸다. 이용근 전금감위원장은 벤처게이트 의혹에 휘말리며 구설수에 올랐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어설픈 금고사고 발언으로 투자자와 금고고객들의 분노를 샀다.

정현준 진승현씨가 큰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면서 구속돼 무늬만 벤처인 인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다.박상희 전 중소기협 중앙회장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워크아웃 부실경영주의 대명사로 낙인 찍히면서 자리에서 떠났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비록 복귀했지만 올해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낸 인물로 꼽힌다.바이코리아 돌풍을 일으킨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여의도 증권가를 결국 떠나야 했다.

인터넷 열풍을 타고 골드뱅크를 거머쥔 김진호씨는 회사를 넘겨주고 지금은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도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

고개 숙인 패자의 뒤편엔 승자의 웃음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박용만 두산 사장은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환란의 대표적인 수혜 경영인으로 꼽힌다. 삼성 브랜드는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면서 부동의 정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벤처인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한 안철수씨는 더욱 맹활약하고 있다. 이금룡 옥션사장은 줄기차게 벤처붐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꼽혔다.

이근경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남북경협 실무 협상단을 이끌면서 투자보장협정을 맺는 등 남북경협의 실무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최태원 SK회장은 SK텔레콤이 IMT-2000(차세대영상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내는 개가를 올렸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증권맨 은행장의 성공표본으로 꼽힌다.유상부 포철회장은 민영화를 무리없이 해낸데다 내실경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오너의 책익경영론과 함께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재계 입장을 대변하면서 나름대로 한몫했다는 평가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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