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토타워]4대재벌 부당 거래 수법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42분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를 일삼은 ‘대표선수’ 4개 회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부당거래가 갈수록 지능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4대 재벌들은 여전히 위장계열사를 거느리며 계열확장을 꾀하는 사실도 밝혀졌다. 재벌 오너나 친인척들이 비상장주식을 싼값에 받아 ‘계열사를 이용한 재테크’ 놀이에 급급했다는 비난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비상장주식 변칙증여 받아 ‘떼돈’〓주식이 등록이나 상장되기 전 주가를 제대로 산정할 수 없는 현행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재벌오너나 친인척들이 비상장주식을 싼값으로 넘겨받았다. 이런 부당거래 규모가 4건에 1266억원어치가 적발돼 1∼3차 조사 때보다 3배나 늘어났다.

LG그룹은 LG화학과 LG텔레콤을 통해 구본무(具本茂) 회장 혈족에게 주식을 헐값에 골고루 나눠줘 146억원의 부당이득을 안겨줬다. LG화학이 99년 6월 LG석유화학 주식 2744만주를 구회장의 형제와 친인척 23명에게 싼 가격에 팔아 113억44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도록 지원했다. LG텔레콤도 99년 10월 자사주 18만8000주를 구본진 등 가족 10명에게 정상가격의 3분의1 수준에 넘겨 32억6600만원의 이득을 올리게 도와줬다.

현대는 현대택배 실권주 177만3331주를 헐값에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에게 배정해 63억8700만원의 시세차익을 안겨줬다.

▽비계열 금융회사를 창구로 이용〓예전과 달리 해외 금융기관과 다른 계열 금융기관을 우회적으로 이용한 ‘스리 쿠션’ 방법이 지원수법으로 활용됐다.

현대전자의 외자유치를 둘러싼 소송에는 캐나다왕립은행(CIBC)이 개입돼 있다.

SK글로벌과 워커힐 등 SK계열사는 중앙종금 등 6개 종금사에 8614억원을 예금했다. 그 대가로 이들 종금사는 SK의 다른 계열사인 성산개발(골프장업)과 위장계열사 정지원(부동산개발업)의 기업어음을 정상금리보다 낮게 사줬다.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은 99년 9월 삼성상용차가 유상증자를 할 때 발생한 실권주 1250만주를 실제보다 125억원 더 주고 사들여 우회 지원했다.

▽구조조정 와중에도 뒷전에선 계열사 늘려〓재벌들이 숨겨놓은 8개사가 적발됐다. 상호 빚보증 금지와 출자제한 제도를 피하기 위해 위장계열사를 세워 영토를 넓혀간 것. 삼성이 3개 정보통신업 벤처사를 위장계열사로 두었고 현대는 KM뮤직(음반녹음테이프제조업) 코리아음악방송(케이블방송)을, LG가 LG IBM을,SK는 정지원(부동산개발업) 인터베스트(창업투자업) 등을 위장계열사로 두었다.▽조사는 제대로 이뤄졌나〓재벌들은 공정위가 계산한 비상장주식 가치에 대해 ‘적정가격대로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내부거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반면 공정위 조사기법은 한계가 있다고 실토했다. 삼성 이재용씨가 소유한 벤처기업들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도 밝혀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투망식’ 조사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증거를 잡지 못했고 조사기간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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