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태크]환율 수혜종목도 따져봐야

  • 입력 2000년 11월 30일 20시 37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1200원선을 껑충 넘어섰다. 16일부터 오르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2주일만에 55원이나 치솟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발빠르게 환율 급등에 따른 수혜종목에 투자해볼 만하다는 권유가 이어졌다.

환율 수혜종목들은 대체로 수출비중이 큰 반면 원자재 수입비중이 낮고 해외부채도 적다는 특징이 있다. 섬유와 조선 자동차 반도체·가전이 대표적인 수혜업종으로 꼽혔고 영원무역 한세실업 태평양물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의 종목들이 거론됐다.

그러나 환율이 오른 16∼29일 2주일간 수혜 예상종목의 주가등락률은 크게 엇갈린 것으로 드러났다. 영원무역이 무려 24.10%나 올라 최고의 수익률을 거둔 반면 삼성전기는 10.62% 하락해 수혜종목이라는 말 자체를 무색하게 했다.

업종별로는 섬유업종이 평균 6.75%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영원무역이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었다. 조선업종은 5.95% 오른데다 관련 종목들도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도체·가전업종은 평균 7.3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하락폭 6.95%를 밑돌았다. 반도체 국제가격이 하락하고 미국 나스닥지수가 급락하는 등의 요인이 컸던데다 환율 수혜의 기대감보다는 업종 고유의 위험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이강록연구원은 “환율수혜종목으로 거론되더라도 종목 자체의 재료를 점검하고 수익성과 안정성 등의 재무분석도 해야 한다”면서도 “환율수혜 테마는 단기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고려할 가치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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