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회사채 거래 급감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30분


투자가들의 회사채 기피현상이 우량 회사채로까지 번지고 있다.

아예 회사채라면 우량채권이든 투기등급 채권이든 사들이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는 움직임이다. 시장에서는 기껏해야 삼성 롯데그룹의 회사채 만이 거래될 뿐 나머지는 기업내용이 좋더라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 회사채 시장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실정이다.

회사채 발행잔액은 지난 7월 103조원에서 11월25일 현재 99조원으로 줄었다. 지난 3일 부실기업 퇴출 발표 이후 개선될 것으로 생각됐던 회사채 기피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LG SK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4대 그룹’이란 이름에도 불구하고 발행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한국은행 채권팀의 김한성조사역은 “최근 투신 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은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단기차익 매매에 주력하고 있는데 비록 우량한 회사채라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빨리 매각되지 않기 때문에 인수하거나 사들이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회사채가 국고채보다 금리 변동폭이 작아져 단기차익을 챙길 수 없을뿐만 아니라 현금 확보차원에서 내다팔려고 해도 사려는 곳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기업의 신용도를 막론하고 회사채를 보유하는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에는 신용평가기관이 기업에 매긴 신용등급 자체를 불신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채권운용부 관계자는 “펀드매니저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회사채를 편입하면 당장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온다”며 “4대그룹 계열 회사채나 우량기업의 회사채라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빼줄 것을 요구해 국공채에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투신권의 회사채 거래는 극도로 위축돼 7월 통안채의 45%, 국채의 79% 수준이던 회사채 거래비중이 8월 28∼50%, 9월 22∼26%로 떨어지고 있다.

한화증권 채권운용팀 임찬익팀장은 “4대 그룹의 경우 회사채 발행이 잘 안되더라도 당장에는 현금흐름에 큰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회사채 시장 위축이 오래 될 것으로 보여 우량기업도 보수적인 차원에서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회사채 시장을 살릴만한 마땅한 대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달과 다음달에 만들어질 채권형펀드 10조원에 일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뿐 회사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해소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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