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 "해결 실마리 찾았다" 안도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43분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 자구안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에서도 공식발표 전에는 뭐라고 평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몇 차례 현대건설 자구안 발표에 ‘속은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16일 발표된 현대자동차의 현대건설 지원에 “현대건설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며 다소 고무된 분위기이며 곧 발표될 최종 자구안에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외환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심지어 “현대건설이 실행 가능성이 높은 자구안을 낼 경우 해외 신규공사 수주를 위한 신규자금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전까지는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던 당초 입장에서 돌변한 것이다.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현대건설에 이번이 마지막으로 자구안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액과 매수처를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고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며 “이전과는 다른 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채권단이 그동안 강조한 것은 현대그룹 내에서 최종 조율된 안을 갖고 오라는 것. 이런 맥락에서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 지원 의지를 16일 공식적으로 밝힌데다 무엇을 어디에 팔겠다고 밝힌 점 등에 비춰 그 어느 때보다 실현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 현대가 마련해야 할 자금은 최소 5100억원에서 9000억원 가량. 윤곽이 드러난 현대건설의 자구안에 따르면 서산농장 매각으로 6000억원,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960억원, 현대오토넷 700억원, 철구공장 500억원, 현대건설 보유 상선지분 300억원 등 1조원 가량이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선 서산농장 매각의 선수금만으로도 2달 가량은 버틸 수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현대건설의 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전자의 계열분리가 앞당겨지는 것에 대해서도 환영할 만한 일로 평가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자금지원 측면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그룹 전체의 신뢰성 회복으로 이어져 현대건설에 대한 불신 제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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