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자구안]종합상사, 車-중공업에 매각 추진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9시 13분


현대건설의 자력회생 방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김재수(金在洙) 현대 구조조정본부장이 15일 기자들과 만나 밝힌 자구안이 지금까지 현대가 준비해온 카드의 대부분이다.

그동안 조금씩 공개된 자구안을 조각 조각 맞추면 △각종 자산을 팔고 사재를 출자해 현대건설의 빚을 줄이고 △현대전자 및 현대중공업을 계열에서 분리해 현대그룹 전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힌다. 이 자구안의 관건은 현대가(家) 형제들의 도움. 이날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게 됐다.

▽그룹의 분할구도〓김재수 본부장이 이날 밝힌 자구안 중 주목되는 점은 현대전자의 조기계열분리 등 그룹의 분할구도안.

이 자구안이 이뤄진다면 현대그룹은 이르면 2002년 상반기내에 건설, 전자, 중공업 부문으로 다시 나뉜다. 그룹의 5대 주력 부문 중 하나였던 자동차그룹은 9월 계열에서 분리됐다. 또 현대는 증권 투신 등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미국의 투자회사인 AIG로 넘겨 금융부문에선 손을 뗄 예정이다. 결국 정몽헌회장 휘하의 회사는 현대건설 현대상선 고려개발 현대택배 현대정보기술 현대엘리베이터 등으로 줄어든다.

이날 밝혀진 자구안 중 특이한 점은 현대종합상사를 현대차나 현대중공업에, 그리고 카세트 제조업체인 현대오토넷을 현대차에 매각하려는 방안. 자동차와 중공업이 분리되면 수출대행을 해온 회사의 영업이 어려워질 것을 감안해서 내놓은 안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자구안〓지금까지 공개된 현대건설의 자구안은 △서산농장 매각(2100억원)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과 정몽헌회장의 사재 출자 △현대건설 보유 계열사 지분매각 △현대건설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이다.

김재수 본부장은 서울 계동사옥(3만평)을 중공업이나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에 팔고 신공항철도 등 건설의 민자유치 사회간접자본(SOC)부분을 추가 매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재까지 밝혀진 자구안이 실현되면 1조원 가량의 자금이 확보된다.

<이병기·하임숙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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