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조금씩 공개된 자구안을 조각 조각 맞추면 △각종 자산을 팔고 사재를 출자해 현대건설의 빚을 줄이고 △현대전자 및 현대중공업을 계열에서 분리해 현대그룹 전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힌다. 이 자구안의 관건은 현대가(家) 형제들의 도움. 이날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게 됐다.
▽그룹의 분할구도〓김재수 본부장이 이날 밝힌 자구안 중 주목되는 점은 현대전자의 조기계열분리 등 그룹의 분할구도안.
이 자구안이 이뤄진다면 현대그룹은 이르면 2002년 상반기내에 건설, 전자, 중공업 부문으로 다시 나뉜다. 그룹의 5대 주력 부문 중 하나였던 자동차그룹은 9월 계열에서 분리됐다. 또 현대는 증권 투신 등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미국의 투자회사인 AIG로 넘겨 금융부문에선 손을 뗄 예정이다. 결국 정몽헌회장 휘하의 회사는 현대건설 현대상선 고려개발 현대택배 현대정보기술 현대엘리베이터 등으로 줄어든다.
이날 밝혀진 자구안 중 특이한 점은 현대종합상사를 현대차나 현대중공업에, 그리고 카세트 제조업체인 현대오토넷을 현대차에 매각하려는 방안. 자동차와 중공업이 분리되면 수출대행을 해온 회사의 영업이 어려워질 것을 감안해서 내놓은 안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자구안〓지금까지 공개된 현대건설의 자구안은 △서산농장 매각(2100억원)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과 정몽헌회장의 사재 출자 △현대건설 보유 계열사 지분매각 △현대건설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이다.
김재수 본부장은 서울 계동사옥(3만평)을 중공업이나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에 팔고 신공항철도 등 건설의 민자유치 사회간접자본(SOC)부분을 추가 매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재까지 밝혀진 자구안이 실현되면 1조원 가량의 자금이 확보된다.
<이병기·하임숙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