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발표 이후 업체 기상도]업체별 '이합집산' 가속도

  • 입력 2000년 11월 3일 19시 08분


퇴출기업 발표로 기업의 구조조정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됐다. 이번 퇴출기업 명단에는 건설업체가 대거 포함돼 있는 반면 나머지 업종은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살아남은 기업들도 모두 강력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업종별로 활발한 인수합병(M&A)과 매각 움직임이 벌어질 전망이다.

구조조정이 가장 활발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화학섬유 부문. 퇴출 ‘후보’에 고합을 비롯해 새한 갑을 등 많은 기업들이 올라 있었으나 이들은 일단 생존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의 생환은 철저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것.

화섬업계는 이미 삼양사와 SK케미컬이 최근 통합키로 하는 등 업체별 이합집산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고합은 생산시설을 중국과 인도 등으로 이전한다는 자구계획을 전제로 채권단으로부터 생명연장 허가를 받았다. 새한도 구미 공장을 매각할 계획. 그러나 화섬은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을 겪고 있어 이 같은 계획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회사를 팔려고 해도 국내외에서 원매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들 기업의 생존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운업계는 조양상선이나 범양상선의 잔류를 반기고 있다.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이 양분하고 있는 해운업계는 업체간에 노선이나 취급 품목이 달라 경쟁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려면 업계 전체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게다가 IMF 직후 최악의 불황이었던 해운 시황이 올 들어 좋아진 것도 이들 업체에는 회생에 호조건이 되고 있다.

삼성의 골칫거리였던 삼성상용차의 퇴출은 상용차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트럭시장 점유율이 극히 미미한 데다 이미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서 퇴출이 트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시멘트 업계는 쌍용양회와 성신양회 등의 생존으로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경기의 관건인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시멘트 업계로선 “시장의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 같다”는 반응이다. 이번에 퇴출기업 명단에서 벗어난 기업들은 향후 구조조정 작업이 새로운 시험대다. 채권단으로부터 회생판정을 받았다 해도 계획된 자구노력이 늦어지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 의한 ‘생존 시험’은 업종별 구조조정 성공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