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구案 채권단 반응]외환銀 "현대一家 다 나서야"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5분


현대건설의 처리문제를 놓고 채권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2일 “은행별로 현대건설에 대한 평가 결과가 달라 신용위험평가협의회를 열지 못했다”며 “3일 중 의견 조율을 거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도 현대건설이 9000억원대의 확실한 자구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채권단을 채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채권단과 정부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자구안을 얻어내기 위해 현대건설과 막판 협상을 진행하면서 채권단간 의견 조율에 나섰다.

외환은행측은 법인 현대건설은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다고 판단해 대주주 및 관련 일가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이제까지 자구방안으로 제시만 하고 이행되지 않았던 정주영 전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재단 회장 등의 사재 출자뿐만 아니라 비계열사 관련사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지난달 4차 자구안에 포함됐으나 이행되지 못했던 관련사의 현대건설 교환사채(CB) 매입(800억원)도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계열분리된 관련사가 매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현대건설을 살리려면 일가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1차 부도를 낸 뒤 외환은행은 “계열주 및 관련인의 유상증자 등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었다.

한편 현대건설이 ‘3등급(구조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회생 가능한 기업)’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지자 채권단 관계자들은 “현대건설측이 그 의미를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빛은행의 관계자는 또 “당초 3등급은 기업의 철저한 자구와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회생 가능하다는 분류”라며 “자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땐 소유권 박탈 또는 경영권 박탈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제시하는 4000억∼5000억원은 (자구안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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