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20일까지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고 돌아온 LG투자증권 양성호 기업분석1팀장이 전하는 국내증시에 대한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시각이다.
그는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에 소속된 40여명의 펀드매니저들을 만났으며 그 중에는 1조원이 넘는 대형 뮤추얼펀드의 펀드매니저도 있었다고 전했다.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나.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이다. ‘현대건설 쌍용양회 동아건설 등 문제성 있는 대기업들을 결국은 살리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구조조정 요인이 국내변수 중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유가급등세나 미국증시 불안보다 더 절대적인 요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내기업의 기업 지배구조나 그룹 리스크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뒀다. 한 펀드매니저는 ‘자기가 직접 전화로 확인할 때는 증자 계획이 없다던 기업이 며칠 후 증자를 단행했다’면서 개탄을 금치 못했다. ‘한국 기업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흔드는 이도 있었다. ‘아시아에서 한국 주가가 가장 싼 이유는 바로 이같은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와 주주무시경영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렇다면 한국시장은 아예 눈밖에 난 것인가.
“아니다. 관심은 여전히 높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4개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싸기 때문이다.”
―미국 쪽 사정은 어떻던가.
“이들은 한국증시보다 오히려 미국시장에 대해서 더 불안해했다. 유동성 압박에 따라 우량기업과 불량기업간 스프레드(가산금리)가 점점 벌어지고 기술주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점을 심각히 우려했다. 미국이 내년중 금리를 인하해 국제유동성이 풍부해져야만 세계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