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의 경제적 효과는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26분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여 경제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노벨상 수상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유가 급등과 반도체가격 폭락 등 잇단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희소식’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들이 이 세계적 이벤트를 잘 활용하면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 이사는 노벨상 수상의 경제적 효과로 △외국인 투자심리 회복 △한국상품의 이미지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 △각종 국제회의 유치와 컨벤션산업의 특수 △관광수입 증대 △국제투자자본의 북한진출 여건 조성 등을 꼽았다. 이이사는 “88년 서울올림픽 개최로 상품수출과 관광객 유치에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노벨 평화상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올림픽과 비슷한 파급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분단 상황에 있는 남북한의 국가위험도(컨트리 리스크)를 낮춰 양측이 모두 경제적 실익을 챙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가위험도가 하락하면 장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돈을 빌리기가 쉬워질 뿐만 아니라 차입금리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이번 수상으로 기업들의 외자유치와 수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각종 악재로 탈진 상태인 국내 주식시장에 모처럼 찾아온 호재”라고 반기면서 내심 ‘노벨상 효과’가 월요일 장에 반영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이 국가적 영예이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특별한 이득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노벨상 수상을 전후해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들뜰 경우 산적한 경제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사태까지 우려된다는 것.

무역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가보다는 브랜드가 중시되는 추세여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의 제품’이라는 것만 내세워서는 수출을 늘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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