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물순매도 공세불구 주가 꿈쩍 안해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6분


외국인들이 전날 작년 7월이후 최대치인 4995계약의 선물을 순매도한데 이어 10일에도 771계약의 12월물 선물을 순수하게 팔았다. 하지만 주가는 이날 0.84포인트 떨어지는 약보합에 그쳤다. 선물시장이 약세로 돌아설 경우 기계적으로 쏟아지는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500억원대에 불과,현물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때문.

외국인들의 장세영향력이 감소한 것은 현물시장에서도 마찬가지. 미국 나스닥증시와 국내 증시간 동조화(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되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외국인의 선물팔기 진의는?=외국인들이 12월물 선물을 이틀 연속 대규모 순매도하자 국내 증시전문가들 사이에선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선물시장에서만 활동하는 외국계 헷지펀드의 투기적 거래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현물주식 매도를 앞두고 미리 선물 매도포지션을 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후자의 해석이 맞는다면 외국인들의 선물매도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게 선물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증권 전상필연구원은 미국의 주요 기술주들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국내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 투기세력들이 선물팔기를 하는 것 으로 분석했다. 대우증권 심상범연구원도 국내에서 현물 주식투자를 하는 외국인들은 선물매매로 헷지(위험회피)를 하지 않는다 며 외국인 선물매매세력의 경우 참가자가 적어 한쪽(매도든 매수든)방향으로 거래가 쏠리는 경향이 많다 고 지적했다.

▽외국인 장세영향력이 줄고 있다=최근들어 미국 나스닥증시의 추이나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매양상과 상관없이 국내 주가가 등락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들을 ‘그대로 따라하는’ 종속적 매매패턴이 상당히 약화된 것.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매도포지션을 취하더라도 현물시장 주가가 반드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동원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거래소종합지수 및 코스닥지수와 나스닥지수간 상관관계는 9월에 아주 높았으나 이달 들어선 마이너스로 반전됐다(표 참조). 거래소지수나 코스닥지수가 전날밤 나스닥지수의 등락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오히려 정반대로 오르내리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이후 국내 증시는 미국 나스닥증시의 약세와 외국인들의 매도에도 불구,상승추세를 지속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데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가운데 외부 악재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자율반등한 것 이라고 분석했다.<이강운·이철용기자>

<이강운 이철용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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