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놓고 유한수-이필상 한판 논쟁

  • 입력 2000년 10월 6일 18시 37분


재계와 학계의 대표적 논객인 유한수 전 전경련 전무와 이필상 고려대 교수가 미국에서 ‘재벌개혁’을 놓고 한판 논쟁을 벌였다.

두 사람이 격돌한 무대는 6일 컬럼비아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열린 ‘한국재벌의 미래와 전망’이라는 세미나. 이 학교 졸업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버드대와 MIT대 교수들과 함께 토론자로 참여, 재벌개혁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이교수는 지난 2년반의 재벌개혁을 ‘실패’라고 단정했다.

“재벌개혁이 안되면 한국경제의 경쟁력회복은 이뤄질 수 없다”고 전제한 그는 “그러나 지난 2년반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재벌체제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표면적으론 재벌과 정부가 분명한 실적을 올렸다고 주장하지만 순환출자 등을 통한 재벌의 선단식 경영은 그대로다. 정부의 8가지 재벌개혁 과제도 거의 충족되지 못했다.”

최근 CBF금융그룹 회장으로 변신한 유 전 전무의 ‘독설’은 여전했다.

그는 “재벌개혁이 미국식 기준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기업환경과 미국의 그것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유회장은 “재벌은 한국경제에 큰 자산”이라면서 “재벌이 사라진다면 한국경제는 외부충격에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회장은 특히 ‘재벌이 정부에 저항하고 있다’는 ‘재벌저항론’과 관련, “그렇다면 재벌은 이유 있는 항변도 억누르고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