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퇴출 가이드라인]"살생부 작성"긴장의 은행가-한빛은 대상기업 11곳 최다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32분


60대 계열기업을 대상으로 이달 안에 살생부(殺生簿)를 만들어야 하는 은행권의 발걸음이 빨라지게 됐다.

아직까지 겉으로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정중동(靜中動). 하지만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를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라고 표현했다.

각 주채권은행들은 4일경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지침을 받으면 자체적인 회생 및 퇴출기준을 마련, 10월중 선정작업을 마치고 11월에는 행동에 옮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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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한빛은행. 60대 계열 중 삼성 LG 효성 한화 한솔 등 17개 계열의 주채권은행이 한빛은행이다. 기업금융에 주력하던 상업 및 한일은행의 합병은행이기 때문.

그만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대체 기준이 뭐냐”는 해당기업의 문의도 많지만 ‘모르쇠’로 일관.

한빛은행 계열재무개선팀 손정원 팀장은 “대상기업의 소상한 재무제표는 이미 확보돼 있기 때문에 금감위의 지침만 내려오면 회생 및 퇴출업체 선정에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은행은 상대적으로 버겁지 않다. 대상계열이 동국제강 동부 조양상선 대한전선 등 4곳밖에 되지 않기 때문. 골치아픈 동아건설 진도 우방 등은 이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거나 워크아웃 중단이 확정됐다.

이 은행의 최익배 심사부장은 “다른 은행에 비해 ‘일거리’가 많지 않아 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재무상태나 향후 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2단계 구조조정으로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청산될 기업은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조흥은행 정용식 여신심사부장은 “△이자보상비율 3년 이상 1 미만 △당좌대출한도 소진 △진성어음 결제능력 부재 등 ‘알려진’ 기준에 비춰 퇴출대상을 뽑아봤더니 대부분 이미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들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 마땅히 퇴출시켜야 할 기업을 죽이지 않는 은행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엄포 때문에 예상보다 퇴출기업이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경준·이나연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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