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PC 사업, 판매급감으로 '위기'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41분


지난해 10월 ‘1가구 1PC’를 모토로 기세좋게 출발한 인터넷PC 사업이 올 하반기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설의 시작은 지난달 세진컴퓨터랜드의 부도. 세진은 인터넷PC 생산업체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나 판매부진으로 자금난을 겪다 겨우 60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인터넷PC는 지난해 10월 시판 이후 2개월 동안 14만5000여대가 팔리면서 가정용 PC의 30%를 차지해 한때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총 매출량이 26만5000여대로 급감해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15%선에 그쳤다.

인터넷 PC 퇴조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 PC의 가격인하.

국내 PC시장의 7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는 인터넷PC 사업이 발표되자 지난해 8월부터 100만원대 이하의 PC를 시험적으로 선보이다가 인터넷PC가 상승곡선을 그리자 재빨리 가격을 100만원 초반대로 30% 이상 떨어뜨렸다. 이들 두 회사뿐만 아니라 대우통신과 LG―IBM도 100만원대 PC를 잇따라 선보여 인터넷 PC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대기업들은 특히 올 상반기 들어 삼보컴퓨터가 110억원을 광고에 투입하는 등 대규모 광고전략과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후 서비스를 내세워 자금여유가 없는 인터넷 PC 업체들을 압박해왔다.

여기에 저가 반도체 주 생산국이었던 대만에 지난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반도체 값이 급등해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는 대기업에 비해 인터넷 PC 생산업체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터넷PC 사업자 선정 당시 경쟁입찰 방식을 취했으나 10%를 밑도는 이윤율로 입찰가격을 내정했다”면서 “업계에서는 이미 ‘실패가 예정된 사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PC협회는 하반기 PC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위해 업체 재선정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들의 저가공세를 중소업체들이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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