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현대 구조조정 강력 압박…최악경우 시장퇴출까지 경고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17분


정부는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그룹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채권은행들을 통해 정씨일가의 사재출연을 종용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 채권단은 이에따라 현대의 정씨 3부자를 실질적으로 퇴진시키고 실패한 가신그룹들은 물러날 것을 현대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가시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

▽가신그룹 청산요구=금융감독원은 현대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정씨 3부자 옆에서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있는 가신그룹들이 물러나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회장등 분쟁을 주도하고 있는 가신(家臣)그룹들은 이미 실패한 경영인들 이라며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그룹 가신들이 잔머리를 굴리면서 현대사태를 더욱 악화시켜놓고 있다 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직 정씨 3부자에게 충성하면서 주주와 이사회는 무시한채 방만경영을 하는 가신그룹들이 퇴진하지 않고서는 현대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부자의 실질 퇴진 압박=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을 비롯한 정몽구(鄭夢九) 정몽헌(鄭夢憲)씨등 3부자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놓고서도 가신그룹을 원격조종하면서 여전히 경영에 간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들 3부자가 경영권에 집착하고 회사에 미련을 버리지 않는한 구조조정을 지원해 줄 수 없다는 설명.

이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다른 그룹계열사에 비해 수익구조나 재무지표가 너무 취약하다 며 수익위주 경영은 하지 않고 군사문화만 배어있어 비효율적인 모습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고 덧붙였다. 정주영회장과 몽헌 몽구씨가 현사태에 대해 뼈를 깎는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경영에서 손을 떼지 않는 한 더 이상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알짜배기 계열사 매각=정부는 현대가 그동안 돈이 되는 계열사는 내다팔지 않는등 구조조정노력에 기본적으로 성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SK에 비해 현대는 수익성이 너무 떨어진다 며 일부 우량회사가 부실한 계열사를 수시로 지원하는 편법을 쓰는 바람에 멀쩡한 회사마저도 부실의 길을 치닫고 있다 고 설명했다. 그룹이 살아나려면 알짜배기 회사를 과감히 처분하고 계열분리와 역계열분리 작업도 일정을 앞당겨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 정 전명예회장이 갖고 있는 자동차지분 9.1%도 조속히 매각해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는 현대건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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