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금리 0.11%P 올라…금융시장 불안감 안걷혀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17분


금융시장이 현대쇼크로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 시장안정대책으로 안정을 찾을 기미가 보였던 금융시장이 현대건설 신용등급 하락으로 불안감이 고조됐다.

실제 이날 자금시장에서는 3대 그룹을 제외한 모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신용위험 때문에 거래가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면서 회사채 금리가 전날에 비해 0.11%포인트 오르는 폭등세를 보였다. 특히 이날 경제팀 개각설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금리 상승세를 부추겼다.

반면 이날 주식시장은 전날 미국 나스닥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현대 자금 사정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모습을 보이면서 종합주가지수가 전날에 비해 0.25포인트 하락한 737.64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36포인트 오른 117.27로 마감.

정부와 주채권은행이 현대문제 긴급 진화에 나선 25일 자금시장은 현대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를 지켜보면서 거래를 자제하는 관망 분위기가 역력했다.

SK증권의 CP팀 담당자는 “최근 투신권이 클린화되고 자금이 유입되면서 그동안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던 중견기업의 회사채(A― 또는 BBB급)나 CP(A3―)가 조금씩 거래됐다”며 “그러나 이마저도 다시 위축돼 시장을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은 내부 규정이나 상품의 약관으로 투자할 회사채나 CP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어 차환발행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이들은 현대건설의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며 앞으로 현대건설 등 일부 계열사가 겪게 될지도 모를 자금난을 우려했다.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현대건설의 채권 및 CP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투자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4일 현대건설에 만기 도래한 1090억원중 900억원 가까이가 연장이 안돼 회수를 당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금리는 전날보다 0.11%포인트 오른 9.22%로 마감됐으며 국고채 금리도 0.15%포인트나 뛰어 8.16%로 끝났다.

삼성투신운용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시장이 자정능력을 잃었다”며 “현대와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이런 분위기는 반전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박현진·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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