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금융부실규모 계산 왜 다른가

  • 입력 2000년 7월 18일 19시 44분


“더이상 숨겨놓은 부실은 없다.” (6월30일 금융감독원)

“부실채권 규모는 정부 통계보다 20조∼30조원 더 많다.”(7월18일 한국경제연구원)

금융권의 정확한 잠재부실 규모는 얼마나 될까. 금융당국이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작심하고 금융부실 내용을 발표한지 불과 보름 남짓만에 전경련 산하 한경련이 무려 30조원이나 불어난 추정치를 내놓자 시장 관계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6월말 현재 미래상환능력을 감안한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따라 집계한 결과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부실 규모가 91조원대라고 밝힌 바 있다. 한경련 통계가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극심한 신용경색에 허덕이던 금융시장이 당시 정부 발표를 믿고 안정을 되찾았던 근거가 원천적으로 부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측의 수치에 차이가 나는 것은 잠재부실에 대한 계산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 금융감독원은 개별 금융기관을 상대로 부실규모를 산정해 이를 금융권별로 합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한경련 보고서는 5200여개의 상장 및 비상장 업체를 조사대상으로 설정, 이자보상비율 등 실제 수익성을 근거로 부실채권을 산출했다. 이 과정에서 수익으로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여신은 부실채권으로 간주했다. 정부 통계가 금융권을 모집단으로 했다면 한경련 통계는 실물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이 차이.

한경련 연구를 주관한 서강대 남주하교수는 “아직 FLC 방식을 도입하지 않은 제2금융권의 부실규모를 보다 엄격히 따진 만큼 실체에 근접한 통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가상의 상황을 토대로 산출한 추정치에 무게를 둬서는 곤란하다는 입장.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망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이에 비례해 부실 규모가 커지겠지만 경기회복으로 회생하는 기업이 증가하면 부실도 줄어들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부실은 금융권 통계를 존중하는 게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부실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공적자금 추가 조성액과 맞물려 ‘뜨거운 감자’로 남을 공산이 크며 이에 따라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도 일정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5대그룹

6∼10대그룹

기타대기업

중소기업

총계

총부채

122,726

92,490

119,931

4,760

339,908

부실기업부채

15,079

43,845

23,891

869

83,685

구성비(부실기업부채/총부채)

12.3

47.4

19.9

18.3

24.6

총차입금

39,781

48,024

47,172

2,007

136,984

부실기업차입금

6,479

26,622

14,027

421

47,549

구성비(부실기업차입금/총차입금)

16.3

55.4

29.7

21.0

34.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