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출범6개월 功過]출발 순탄…정치논리에 흔들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47분


경제팀이 출범한 지 꼭 6개월이 지났다.

재정경제부장관 이헌재, 산업자원부장관 김영호, 기획예산처장관 진념,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그리고 이기호 대통령경제수석 등이 김대중 대통령의 발탁으로 1월13일부터 우리 경제를 주도해왔다. 그야말로 화려한 면면들이다. ‘드림팀’이라는 찬사가 나올 정도였다.

이헌재 장관은 외환위기를 극복한 주역이다. 해박한 금융지식에다 시장사정에도 밝아 많은 공을 세웠다. 이기호 수석은 관계와 학계를 망라하여 거시 경제 흐름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진념 장관은 오랜 경험과 중후한 인품을 갖추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영호 장관은 항상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천재형 학자 출신이다. 이용근 위원장은 일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다는 인물. 추진력이 강해 개혁의 적임으로 지목받았다.

실제로 이들의 출발은 순탄했다. 약속한 고성장과 저물가 그리고 저금리를 실천에 옮겼다.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체감경기도 좋아졌다.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어드는 게 걱정이긴 했지만 거시경제 지표는 대체로 호조를 보였다.

문제는 대우였다. 이미 부도상태에 빠졌음에도 지원을 계속하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다. 공적 자금으로 간신히 살린 금융기관이 대우부실에 휘말려 다시 어려워졌다. 대우부실의 처리과정도 아쉬움이 남는다. 근본은 손대지 않고 당면한 문제만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다보니 일이 더 꼬였다. 투신의 부실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의심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당정 협의에서는 정책 파트너인 여당의 이해찬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실패한 경제관료’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이때부터 개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가장 큰 문제는정치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4·13총선 과정에서 선심성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고 야당이 제기한 국가부채 논쟁에 휘말려 중심을 못잡는 바람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은행파업에서도 정공법으로 맞서지 못했다.

경제팀은 2차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우리 경제가 내년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성장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을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작업도 중요한 현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칠 대로 지친 경제팀이 다시 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든지, 아니면 새로운 팀을 짜든지 분명한 결정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 은행파업 협상에 나서 이틀밤을 꼬박 새운 이장관은 12일 밤 공식행사 없이 가족들과 출범 반년째 아침을 맞았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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