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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6일 0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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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기관은 물론 일반기업들이 정유사로부터 석유류를 공급받는 과정에 정유사들이 담합을 일삼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것. 국방부의 신고에 따라 본보 보도(6월27일자)로 촉발된 정유사들의 담합행위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답합 혐의 주장〓국방부는 신고서에서 98년 민수용 항공유(JET A-1) 구매 입찰의 경우 △국내 항공사에 공급한 가격보다 월등히 높은 단가로 입찰했고 △참가한 모든 정유사가 낙찰받았으며 △낙찰가가 매우 비슷해 정유사들간에 ‘사전 합의’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국내 항공사엔 정유5사가 ℓ당 167.90∼175.37원에 공급했으나 국방부에는 270.00∼270.70원 사이의 단가로 입찰해 모두 낙찰받았던 것.
또 99년 입찰에서도 정유사들은 같은 해 국내 항공사에 공급한 가격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입찰,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격이 결정되거나 유지되도록 하는 한편 특정업체가 낙찰받도록 ‘들러리’를 선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정유사들의 예상되는 항변에 대해서도 공정위 신고서에서 미리 쐐기를 박았다. “정유사들이 ‘민간 항공사의 경우 세계 어디서나 항공유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시장가를 적용해야 하고 군에 판매하는 것은 국내시장에 해당하므로 가격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이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 이는 정유사들이 민간 항공사에 대한 판매단가로도 충분히 이윤을 남기고 장사할 수 있음이 입증된 마당에 국내 국제시장을 나눠 다른 논리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취지다.
국방부는 민수용 항공유 외에 군용 항공유(JP-8), 고유황 경유, 저유황 경유의 입찰에서도 ‘담합’과 ‘거래의 상대방을 부당하게 차별’한 혐의가 발견됐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유사측은 “국방부가 입찰방법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담합 혐의를 제기했다”며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담합혐의 주장의 토대〓국방부가 정유사들의 담합 혐의를 제기한 배경은 공정위가 94년10월 국방부 군수본부의 축전지(6TN) 공개입찰에 참여했던 5개 축전지제조사에 대해 내린 담합행위 시정명령.
당시 이들 5사는 총 11차의 입찰과정에서 같거나 매우 근소한 차의 입찰가격을 제시하며 7차까지 계속 유찰시키다 8∼11차에 모두 입찰에 성공, 담합 혐의를 받았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담합 행위로 추정된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정유사들의 행태도 다를 바 없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받은 업체가 차후에 유사한 행위를 할 경우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국방부의 속셈〓국방부가 이처럼 정유사들의 담합 혐의를 제기한 것은 감사원 권고사항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정유사측에 전가하겠다는 계산도 일정 부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본보가 5일자에서 단독 보도한 ‘군 항공유 구매, 정유사에 바가지썼다’ 기사와 관련해 국방부에 쏟아진 비난여론을 일단은 모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