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쇠고기 원산지표시제 부처 마찰

  • 입력 2000년 7월 3일 18시 41분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확정,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의중인 쇠고기 원산지표시제 등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둘러싸고 외교통상부와 농림부 사이에 심각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한덕수(韓悳洙)통상교섭본부장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불고기를 파는 일반음식점에서 가격표에 쇠고기 수입선을 표시하도록 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위장된 수입제한조치’로 명백한 세계무역기구(WTO)협정 위반이며 통상마찰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본부장은 “수입선 표시를 업소 자율로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정부가 공권력으로 강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산제품과 수입제품간의 차별의식을 갖게 해 WTO의 ‘내국민대우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중국과 ‘마늘분쟁’을 겪으면서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제한조치가 결정될 때 적극 반대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며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 하더라도 통상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워낙 높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림부측은 “쇠고기의 원산지표시제에 대해 통상측면만 고려한 통상교섭본부의 부정적 시각은 수출국의 이의제기 가능성만 우려하고 국내 유통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며 “쇠고기 원산지표시는 소비자의 알권리와 국내 육류유통의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반박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특히 “통상문제는 다양한 공격과 방어전략이 중요한데 주로 수세에 서게 되는 한국의 경우 통상교섭본부로 창구를 일원화해 미국 등의 공세를 한번에 수용하는 것보다 주무부처에서 맞대응하는 종전의 방식이 더 낫다”며 ‘통상교섭본부 유해론’까지 거론했다.

<부형권기자> book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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