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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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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불꽃튀는 한 판 전쟁. ‘아시아 대전쟁’은 일본과 한국에 동시에 거점을 확보한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르노의 삼각 구도로 좁혀질 전망. 이미 중국에 진출한 제너럴모터스(GM)도 만만치 않은 상대이지만 ‘병참기지’ 역할을 해줄 일본과 한국에서의 입지가 변변치 않아 고전이 예상된다.
▽21세기 최고의 격전장 ‘아시아’〓미주, 유럽 지역의 자동차 수요가 둔화됨에 따라 아시아는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전문 리서치기관 JD파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시장의 신규 수요는 향후 10년간 1000만대 정도. 그 가운데 절반 가량이 아시아시장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중국에서만 300만대의 신규 수요가 있을 것으로 JD파워는 예상했다.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가장 ‘군침’을 흘리는 곳은 역시 ‘인구대국’ 중국. GM의 리처드 왜고너사장도 지난해 중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25년내 중국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중국시장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했다. 현재 일본에 이어 아시아 두 번째 시장인 한국도 연간 150만대 규모의 수요로 빅 메이커들이 눈독을 들이기에 충분한 시장이다.
▽일본을 베이스캠프로, 한국을 교두보로〓미국과 유럽 빅메이커들의 아시아시장 공략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일본에 먼저 진지를 구축한 뒤 한국시장에 뛰어든 것. 르노는 삼성을 인수하기 전인 지난해 경영위기에 처한 닛산을 인수했고 포드는 마쓰다를 사실상 인수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현대차와의 제휴 전 미쓰비시의 최대주주가 됐다. GM도 일찌감치 이스즈와 스즈키의 지분을 인수, 일본에 나름대로의 ‘발판’을 마련했다.
빅 메이커들이 일본을 우선 선택한 이유는 일본 업체들의 기술과 일본내수시장 공략 때문. 특히 앞으로 중요해질 환경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선 막대한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일본 업체와 손을 잡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 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연구원은 “메이저 업체들은 일본을 기술력에서, 한국을 생산능력에서 높게 평가한다”며 “일단 기술력을 먼저 손에 넣은 뒤 생산기지 확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메이저업체들은 일본에 우선 ‘베이스캠프’를 확실히 설치한 뒤 중국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한국을 택했다는 것.
▽유리한 고지 차지한 포드〓포드는 아시아에서 이미 10개국에 진출해 42만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경차와 소형차에 강점을 지닌 마쓰다에 이어 대우차까지 인수하면 아시아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우차의 중국 진출이 예정돼있어 중국에도 자연스럽게 터를 마련하게 되는 셈.
GM은 이미 중국시장에 진출해 있긴 하지만 일본과 한국에서의 부품조달이 다른 업체들에 비해 여의치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르노와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아시아에서 포드만큼 폭넓은 입지는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