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전 편 포드 '막판 뒤집기'…가격-기술이전 앞서

  • 입력 2000년 6월 29일 07시 12분


뒤늦게 대우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든 미국 포드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자동차와 포드, 삼성차를 인수한 르노의 3파전 양상으로 변하게 됐다. 현대차가 70%에 이르는 시장점유율로 압도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지만 포드와 르노의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으로 볼 때 현대의 독주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

▽포드의 막판 뒤집기〓대우차 인수전 초기에는 최근까지 대우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GM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또 입찰 제안서 제출 직전 현대가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포드가 순위에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포드는 98년 기아차 인수전에서 현대차에 막판 고배를 들었던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기아차 인수전을 이끌었던 웨인 부커 부회장은 올들어 여러 차례 방한, 채권단 인사들과 접촉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이번 입찰제안서 평가의 가장 큰 기준은 인수가격. 포드는 인수가격은 물론 고용 문제나 기술이전 등 다른 부문에서도 다른 업체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대우를 아시아의 소형차 기지로 활용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데 비해 포드는 기술 이전을 소형차 부문에만 국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현대의 경우 다임러와 손을 잡기는 했지만 독점 문제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포드 관계자는 “입찰제안서 검토작업이 한창이던 28일 하루 동안 대우차 입찰사무국측의 문의전화가 빗발쳐 사무실을 떠날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대우차와 국내 자동차산업의 앞날은〓포드는 최근 대우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 조사에서 대우차를 인수할 가장 적합한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포드처럼 외국 업체가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고용 문제나 협력업체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

부커 부회장은 “노조 입장에서 고용 보장을 내세워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며 “포드는 해외공장 운영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노사 관계가 매우 건전하며 인수 후에도 고용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로 국내 자동차산업은 사실상 삼성차를 인수한 르노, 현대차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세계적인 메이커들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이로 인해 대우차 부품업체는 물론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전체도 한차례 구조개편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포드는 어떤 업체인가▼

1903년 헨리 포드가 설립한 미국 포드사는 생산 규모에서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2위지만 수익성 면에서 단연 1위를 자랑한다. 전세계 30여개국에 생산 및 조립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형 승용차에서 중형 트럭에 이르기까지 풀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포드는 79년 일본의 마쓰다, 90년 영국의 재규어에 이어 지난해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하면서 승용차 부문에서도 GM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현대자동차는 68년부터 85년까지 포드의 기술과 부품을 사용하면서 현재의 수준에 올라설 수 있었다. 86년에는 기아자동차 지분 10%을 인수하며 한국시장에 욕심을 냈으나 98년 현대가 기아를 인수하는 바람에 일단 한국에서 물러났다.

세계 자동차 빅3 가운데 글로벌 제휴에서 다른 업체에 비해 다소 뒤지는 듯 했으나 이번 대우 인수로 한국뿐만 아니라 그동안 취약했던 동구권에도 확실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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