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5일근무 조건부 수용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주 5일제 근무를 강력하게 반대해 왔던 재계가 입장을 일부 바꿔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회장단 회의를 갖고 월차 휴가 폐지와 할증 임금률 인하, 탄력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전제로 노동계가 요구해온 주 5일제 근무를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법정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주 5일 근무제와 연계하여 조건부 수용키로 했다.

조남홍(趙南弘) 경총 부회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계의 요구와 정부의 입장, 사회분위기 등을 감안해 법정근로시간을 무조건 반대했던 종전 입장에서 벗어나 불합리한 조항들이 개선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총은 전제조건으로 △월차 유급 휴가와 유급 생리휴가 폐지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 임금률을 현행 50%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인 25%로 인하 △해마다 하루씩 늘어나는 연차 유급 휴가 제도에 상한선 도입 △업종별로 근로시간 단축 실시의 유예기간 설정 등 7개항을 제시했다.

경총이 제시한 전제조건 중에는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계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항이 상당수 있어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2일 성명을 발표하고 “경총의 발표는 사실상 근로기준법을 개악하고 주 5일 근무제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노총도 “경영계의 주장은 노동자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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