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회장단 회의를 갖고 월차 휴가 폐지와 할증 임금률 인하, 탄력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전제로 노동계가 요구해온 주 5일제 근무를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법정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주 5일 근무제와 연계하여 조건부 수용키로 했다.
조남홍(趙南弘) 경총 부회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계의 요구와 정부의 입장, 사회분위기 등을 감안해 법정근로시간을 무조건 반대했던 종전 입장에서 벗어나 불합리한 조항들이 개선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총은 전제조건으로 △월차 유급 휴가와 유급 생리휴가 폐지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 임금률을 현행 50%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인 25%로 인하 △해마다 하루씩 늘어나는 연차 유급 휴가 제도에 상한선 도입 △업종별로 근로시간 단축 실시의 유예기간 설정 등 7개항을 제시했다.
경총이 제시한 전제조건 중에는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계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항이 상당수 있어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2일 성명을 발표하고 “경총의 발표는 사실상 근로기준법을 개악하고 주 5일 근무제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노총도 “경영계의 주장은 노동자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