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수석이 金通委권한 무시해서야…"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06분


《최근 이기호(李起浩)대통령경제수석이 금리정책과 관련,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결정기관인 금융통화위원회의 권한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한국은행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전문가들도 금리정책과 관련해 여러 곳에서 얘기가 나올 경우 물가안정 등을 위해 금리정책이 정말 긴요할 때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며 청와대측의 노골적인 통화정책 개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전철환(全哲煥)한은총재는 4일 금통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수석이 전날“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금통위의 위상이 지켜지길 소망한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전총재는 또 “이수석의 발언이 월권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앞으로 논의되어야 할것이지만 통화정책 결정은 법률상 금통위에 주어져 있으며 이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 월권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李수석 금리정책 개입"▼

이수석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장단기 금리격차의 조정을 위한 콜금리의 인상은 투신 및 주식시장 등의 상황으로 볼 때 현재로서는 적절치 않으며 한은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콜금리인상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의 발언은 통화신용정책 최고기구인 금통위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청와대가 정책방향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과 관련, 고위당국자들이 중구난방 식의 말을 쏟아낼 경우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통화정책을 펴야할 시점에 시장에서 이를 신뢰하지 않아 정책효과가 반감된다”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영향력이 있는 것도 시장이 그만큼 중앙은행인 연준의 정책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지적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도 “특히 금리와 관련해 통화당국과 경제부처 등에서 다른 얘기가 나올 경우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자금운용 등 결정에 있어서 혼란만 느낄 뿐”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혼란만 가중▼

이수석 발언 파문을 계기로 최근 청와대측이 경제부처 현안문제를 직접 개입하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현대 등 사기업문제 등에 청와대가 직접 관여하면서 추후 돌아올 정책 후유증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청와대 비서관은 막후에서 정책 조율의 역할이 중요하며 현안마다 전면 개입할 경우 경제부처간 정책조율 등에 오히려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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