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증권사 "한국증시 저력 믿습니다"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40분


외국증권사들은 17일의 ‘블랙 먼데이’ 이후에도 한국증시의 장기적인 투자전망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국내증시의 조정국면 돌입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 나갈것이라는 당초 우려와는 정반대로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증권사들은 잇따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증시는 기술주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 나스닥시장의 조정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너끈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증권사들이 국내증시를 낙관하고 있는 근거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확신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신뢰 △주요관심종목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 등이다.

하지만 워버그딜론리드는 “한국시장이 투신권 부실펀드, 환율 하락세, 무역수지 흑자 축소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미국 증시 조정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다소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외국증권사들이 최근 은행주를 일제히 매수 추천하고 있는 데서도 한국 경제와 국내증시에 대한 높은 신뢰를 짐작할 수 있다. 은행주는 구조조정에 따라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국내 기관이나 개인들에 의해 오랫동안 따돌림당해 왔었다.

대다수 외국증권사들은 “제2금융구조조정은 한국 금융이 투명성을 회복하는 계기”라며 반기고 이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정부 입장에 지지와 신뢰를 보내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총선 이후 한국은행이 급격한 긴축정책을 펴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불식된 점도 은행주가 수혜를 보게되는 이유”라며 “은행주의 주가가 98년 수준에 불과한 지금이 은행주를 매수할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은행주 이외에 외국증권사들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주와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낙폭이 과대한 우량통신주 등이다. 한국 전력, LG화학 등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거나 실적이 탁월한 전통가치주들도 앞다퉈 추천했다.

외국증권사들은 전세계적인 기술주 조정 추세에 따라 국내증시의 주도권이 코스닥시장에서 거래소시장으로 다시 넘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ING베어링은 코스닥시장내 대표적인 인터넷주에 대해서는 시세흐름을 지켜보며 저점매수를 노릴 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증권사의 의견이 곧바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며 최근 들어 외국인 투자세력도 다변화하고 있다”면서 “미국증시 및 국내증시의 시장상황에 따라 발빠른 단기대응으로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도 언제든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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