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코언 "주식 10%팔아 현금 보유하라"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5분


‘갖고 있는 주식의 10%를 팔아 현금으로 보유하라.’

28일(미국시간) 미국증시에서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가 일제히 2.51%, 0.81%씩 떨어진 것과 관련, 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의 여성 투자전략가 애비 코언이 작성한 포트폴리오(자산구성) 변경에 관한 보고서가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 미 증권가의 평이다.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가 29일(현지시간) 컴퓨터 관련주를 중심으로 이틀째 급락했다. 나스닥지수는 이날 189.22포인트(3.91%) 떨어진 4,644.67로 마감됐다. 28일의 하락폭까지 합치면 이틀 새 무려 313.89포인트(6.42%)가 빠진 것.

뉴욕 월가에서는 악재가 뚜렷하게 없었던 이틀 새 주가가 급락한 것을 ‘애비 효과(Abby Effect)’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애비는 골드만삭스사의 증권담당 선임전략가 애비 코언(48)을 가리킨다. 월가의 정상급 증권분석가로는 유일한 여성이다. 월가에서 그의 영향력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나 증권투자의 거물 워런 버핏을 앞지른다. 나스닥지수 급락은 28일 자산구성에서 주식의 비중을 낮추라는 그의 권유가 주식 투매를 촉발했기 때문.

그는 지난 10년간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는 분석과 함께 랠프 아캠포라, 엘레인 가저렐리 등 TV에 자주 나오는 투자분석가들과 달리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의 분석이 들어맞은 대표적 사례는 동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1998년 7월에서 10월까지 주가가 20%나 떨어졌을 때 계속 주식투자를 권유한 일. 얼마 지나지 않아 FRB는 세차례나 이자율을 떨어뜨렸다. 시중자금은 다시 주식시장으로 몰렸고 주가는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이번에 그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10년간 활황국면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 그가 시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

그는 29일자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황을 비관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과거 10년 동안보다는 덜 낙관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코넬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조지 워싱턴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드렉셀 번햄 램버트사에서 투자분석을 시작, 1990년 골드만삭스로 옮겨 최근에는 투자정책 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애비효과란

애비 코언의 투자전략 또는 발언이 증권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을 일컫는 말. 96년 많은 투자분석가들이 주가가 너무 올라 증시가 조정국면으로 갈 것으로 예측한 것과 달리 그는 저인플레와 기업의 고수익을 들어 주식매입을 권유했다.

그녀의 말은 적중했고 이후 월가에서는 “코언이 플러그를 뽑으면 시장이 무너진다”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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