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5조8800억원어치 순매수…3개월새 年사상최고 돌파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지난 92년 증시 개방 이후 사상최고치를 돌파했다.

올들어 3개월 동안의 주식 순매수만으로 연간 순매수 규모를 훌쩍 뛰어넘은 것.

2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날도 304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올들어 총 5조9872억원의 주식을 순수하게 사들여 지난 98년 연간 순매수 최고기록인 5조7234억원을 돌파했다.

주식시장 개방 원년인 지난 92년 1조508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들은 이후 △93년 4조3293억원 △95년 1조3180억원 △97년 4240억원 △99년 1조516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는 등 매년 순매수 행진을 지속해왔다.

올들어선 지난 14일 이후 이날까지 12일 연속(거래일 기준) 총 1조8394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는데 연속 순매수 규모로만 볼 때 증시 개방 이후 3위의 기록.

증권거래소는 “작년 10월에도 외국인들은 14일 연속 1조9000억원대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그때는 증시가 대세상승기로 진입하던 시기여서 최근과 같은 조정장에서의 순매수 기록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은 28일 현재 83조1413억원으로 전체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26.3%에 달했다. 외국인 지분율도 전체 상장주식의 12.6%로 높아졌다.

외국인들의 매집주식은 개방초기 우량제조주와 은행주에서 최근엔 정보통신 반도체 등 첨단주 중심으로 탈바꿈했다. 올들어 28일까지 삼성전자 순매수대금은 3조4496억원,현대전자는 1조5573억원에 달하는 등 전체 순매수대금의 83.7%를 반도체 주식을 매집하는데 쏟아부었다.

반면 한국통신(순매도금액 4631억원) 삼성SDI(750억원) 포철(553억원)과 국민은행(729억원) 외환은행(522억원) 주택은행(315억원) 하나은행(311억원) 등 ‘굴뚝산업’으로 분류되는 제조주와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전문가들은 “선진국의 투자자금이 최근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국증시를 떠나 아직도 상승여력이 충분히 있는 신흥시장으로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며 “글로벌펀드의 매수자금이 최근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반도체 관련 주식으로 집중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외국인들의 수익률은 그다지 좋지못한 상황. 순매수 상위 20개사중 아남반도체 삼성전자 KDS 대신증권 제일기획 현대전자 등 6개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종목 주가가 떨어지는 등 평균 5.1%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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