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IMF前수준 회복…설비투자는 아직 미흡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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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높은 성장은 98년 사상 최대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반사효과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또 지난해의 경제성적은 정보통신산업 등 지식기반산업과 수출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제 97년 수준 회복〓한국은행은 지난해 하락요인을 제거하고 경제성장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97년을 100으로 보고 각 경제지표 수준을 비교한 결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03.3으로 외환위기 이전의 경제규모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38.8%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97년을 100으로 볼 때 84.4로 여전히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는 97.9, 수입은 100.1로 외환위기 수준에 거의 근접.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98년 1만달러가 붕괴된 뒤 지난해 27.3% 증가했지만 이는 환율이 15% 가량 크게 떨어진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여전히 94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7%, GDP디플레이터 3%, 환율 1100원이 될 경우 1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李根泰)책임연구원은 “똑같이 외환위기를 겪은 동남아국가들이 지난해 4∼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회복세가 빠르다”며 “외환위기가 일시적인 쇼크로 작용했을 뿐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 및 지식기반산업이 성장 주도〓지난해 고속성장은 수출 호조와 지식기반산업의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 지난해 수출은 16.3% 증가해 97년을 100으로 볼 때 131.8의 높은 성장을 보이면서 지난해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37.7%에 달했다.

업종별로 보면 유무선전화 부가통신서비스 정보통신기기 등 정보통신산업과 금융 보험 의약 영상 첨단제조업 등의 지식기반산업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이 48.4%에 달했다.

한은 정정호(鄭政鎬)경제통계국장은 “성장내용이 좋은 편”이라며 “수출이 성장을 주도할 때는 성장세가 오래 지속되고 부작용도 적다”고 밝혔다.

▽빈부격차 확대 조짐〓근로자의 보수와 기업 등의 영업잉여를 합한 수치에서 근로자 보수를 나눈 노동소득분배율은 96년 64.2%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99년 59.8%까지 떨어졌다. 즉 국민소득에서 근로자들이 가져가는 몫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뜻. 상용근로자 수가 줄고 임시직이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다. 반면 기업 및 자본소득은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노동소득분배율의 감소는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징후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러나 경제가 성장할수록 분배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 과열인가〓지난해 GDP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2·4분기(4∼6월) 10.8%를 기록한데 이어 4·4분기(10∼12월)에는 13%로 3분기 연속 10%대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분기 대비로는 2·4분기 4.1%, 3·4분기 3.3%, 4·4분기 2%로 경기상승국면은 계속되고 있지만 성장속도는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정정호국장은 “경제성장률 증가만으로 경기과열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책임연구원도 “올 상반기까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난해 최대 흑자를 낸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고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이면 임금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소비증가와 수입증가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경(金俊經)연구위원은 “올 1·4분기에도 10%대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된다면 정책 및 통화당국도 물가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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