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에 정신파는 벤처 오래 못가"…정문술-안철수씨 만남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서로가 가장 존경하면서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

벤처기업 1세대로 업계의 ‘맏형’으로 통하는 미래산업 정문술사장과 신세대 벤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소장이 14일 처음 만났다.

정사장은 회갑을 넘긴 나이에도 인터넷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하고 있고 안소장은 코스닥 상장이라는 유혹을 거부한채 독특하게 기업을 경영해온 인물.

두사람의 만남은 배석자 없이 점심을 곁들여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신구 벤처기업 대표주자의 첫 대면이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업계의 잘 알려진 ‘원칙주의자’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두 기업가는 사업 이야기보다는 벤처문화와 기업윤리 그리고 경영철학에 대해 털어 놓았다.

두 사람은 ‘돈 버는 목적’에 대해 공통점을 확인했다. 정사장은 “기업가는 돈에 대한 콘트롤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안소장은 “돈위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 데 사람 위에 돈이 있는 경우가 있다”며 금전만능의 세태를 우려했다. 정사장은 “돈은 사람을 추악하게 만든다”면서 “사업에서 ‘퇴장’할 때는 돈을 극복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코스닥에 대해 두 기업가는 독설도 아끼지 않았다. 정사장은 “일부 벤처기업은 그럴듯한 사업계획으로 돈을 끌어모은 뒤 기술개발은 나중에 하려 한다”면서 “이것은 명백한 ‘사기’이며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소장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화답. 그는 또 “기업은 영업이익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주가키우기 등으로 특별이익에만 정신을 판다면 벤처기업으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최선의 경영을 위해 전문인력을 영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소장은 “솔직히 경영능력이 부족함을 느껴 마케팅분야에서 부사장급을 영입하려 한다”고 밝혔고 정사장은 “1년전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나려 했다”며 필요한 전문인 영입에 동감을 표시.

24년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기업관은 거의 일치했다. 두 사람 모두 “회사 돈을 사적인 용도로 쓰지 않는다” “창투사 등에 투자해 돈놀이를 하지 않는다” “기업의 주인은 사장이 아니라 직원이다” “친인척을 기업에 고용하지 않는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정사장은 식사 말미에 인생선배로서 충고를 덧붙였다. 첫째는 건강을 유념할 것, 둘째는 돈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초심(初心)을 유지할 것, 셋째는 끊임없는 도전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줄 것 등이었다. 안소장은 “자주 찾아뵙겠다”고 인사했다.

<최수묵기자> 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